인생 2막은 땅 일구며 산다… 한해 귀농·귀촌 1만명 육박

입력 2011-04-15 18:17

서른다섯 살 동갑내기 이규섭·김미영씨 부부는 지난해 충북 괴산군 괴산읍에 터를 잡고,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은 과감히 접었다. 팍팍하기만 한 서울 생활보다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게 더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보 농업인인 이씨 부부는 올해 2300㎡ 면적의 시설딸기 하우스에서 첫 딸기를 수확했다. 이씨는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 쉬운 건 아니지만 성공하겠다는 꿈이 있고 수확이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울산시 울주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낙용(48)씨도 2년 전만 해도 건축업에 종사하는 서울 사람이었다. 박씨는 2009년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결심, 1만평 논에 벼농사와 함께 고소득 작목인 배와 오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귀농 2년차에 연간 6000만원의 순이익을 내는 성과도 거뒀다.

이처럼 도시 생활을 접고 농업에 뛰어들거나 시골 생활을 선택하는 청장년층이 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귀농·귀촌을 선택한 인구는 1만명에 육박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5일 지난해 귀농·귀촌한 가구 수가 총 4067가구, 인구수로는 9732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늘어난 귀농·귀촌 인구는 금융위기로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고 정부 귀농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된 2009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2008년까지 2000여 가구 수준이었던 것이 2009년 4080가구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이 이어진 것.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귀농이 급증한 것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다른 삶의 방식을 찾으려는 시도가 늘고, 현재 40∼50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 영향 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60세 미만 가구가 전체의 81%에 달하는 등 귀농 가구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50대가 1457가구로 전체의 35.8%를 차지했고, 40대(1229가구)가 뒤를 이었다. 2008년 이후로는 20, 30대 젊은층의 귀농도 크게 늘었다. 400가구 안팎이었던 39세 이하 귀농 가구는 2009년 1870가구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612가구로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귀농·귀촌 중 ‘전원생활(귀촌)’보다는 생업으로 농업을 선택하는 귀농이 88.9%로 압도적으로 많았던 점도 눈에 띈다. 귀농을 선택하기 전 직업으로는 자영업이 1348가구로 가장 많았고, 사무직종에 종사했던 경우도 771가구에 달했다.

귀농 후 주로 선택하는 농업분야는 벼농사나 배추 등 노지작물 재배가 전체의 47.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원예 등 시설 농업(10.9%), 과수(17.8%) 등으로 나타났다.

조민영 기자, 괴산=정재학 기자 울주=조원일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