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목욕탕 화장대 앞에서 흔히 눈에 띄는 풍경이 있습니다. 목욕을 마친 사람들이 몸에 묻은 물기를 닦고 머리를 말린 후 면봉으로 귀를 후비는 모습입니다. 귀지를 파내는 것이지요.
저도 과거 목욕 후 번번이 면봉으로 귀지를 걷어내곤 했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10여년 전 모 대학병원장을 지낸 원로 이비인후과 교수의 조언을 들은 뒤부터는 2∼3개월에 한 번씩 가볍게 청소하고 있습니다. 억지로 귀를 자주 후벼 파면 연약한 귓속 점막에 상처를 입힐 수 있고, 그로 인해 세균감염 위험도 높아진다는 그의 충고를 받아들인 것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지를 거추장스런 때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귀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각종 먼지가 귓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합니다. 귀지의 한 성분인 피지는 특히 귀의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또 귓속에 찬 귀지는 가만히 두면 자연히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따라서 귀지는 일부러 파내는 것보다 그냥 둬 자연스럽게 배출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정도광 원장은 “귀가 불편해 도저히 그대로 두기 어렵다면 연약한 귓속 피부에 상처를 입히기 쉬운 귀이개보다는 부드러운 면봉을 이용,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힘주지 않고 가볍게 훑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의 건강쪽지] 귀지 파내기
입력 2011-04-15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