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상실 현대인들의 자화상… 정종기 개인전 ‘대화’

입력 2011-04-15 17:48

정종기(50) 작가는 무엇인가 바라보고 있는 여성의 뒷모습을 화폭에 담아낸다. 뭔가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듯한 그림 속 주인공의 얼굴이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작가는 뒷모습만으로도 그 어떤 연설이나 신체언어보다 더 설득력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뒷모습은 고독과 상실감에 놓여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이자 감추고 싶은 욕망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개인전이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23일까지 열린다. 섬세한 목선과 검고 탐스러운 머릿결 등으로 춘심(春心)을 품고 있는 여성들을 그린 신작 20여점을 내걸었다. 전시 제목은 ‘Talk(대화)’. 인물들이 한결같이 등을 돌리고 있는데 무슨 토크를 하자는 얘긴가. 작가는 세대 간에 소통되지 않는 현대인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 장의 사진처럼 보이는 그의 작업은 사진 찍기로부터 출발한다. 불특정 다수의 뒷모습 사진이 인물회화의 바탕이 된다. 전통적인 방식대로 밑그림을 그린 다음 희미한 윤곽선 위에 흰색 물감으로 배경을 넣고 인물을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이런 과정을 거친 그의 인물회화는 사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미적 감흥을 유발한다.

그의 작품이 들려주는 묵언의 메시지는 인간 내면에 깃든 아름다운 심성 같은 것이다. 홍익대 미술학 박사인 작가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험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배경으로 넣은 작품을 새로 선보인다. 하얀 배경의 기존 작품에 비해 여백의 미는 줄어들었지만 관람객 입장에서는 여성의 뒷모습과 함께 또 다른 볼거리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02-730-3533).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