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최윤수)는 15일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한씨가 인사 청탁을 위해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그림 ‘학동마을’을 상납한 데 대해서는 뇌물공여 혐의를, 주정업체 3곳으로부터 자문료 6900만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혐의 등을 각각 적용했다.
그동안 한씨는 현 정권 실세를 상대로 한 연임 로비,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퇴직 후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고문료 수수 의혹 등을 받아 왔다. 검찰은 “청장 연임을 청탁한 사실이 없고, 태광실업 특별 세무조사는 국세청 조사사무처리 규정상 적법했다”고 밝혔다. 고문료와 관련해서는 “한씨가 미국에 체류하면서 대기업 등으로부터 고문료 6억6000만원을 받았지만 회계법인을 통해 (합법적으로)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한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현직 국세청 간부들과 기업체 관계자들을 대거 조사하고도 대부분의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또 현 정권 실세를 조사하면서 서면조사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해외 도피 중인 한씨에게 대기업 등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고문료를 줬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이 때문에 검찰이 권력형 비리 의혹은 무혐의 처분하고 개인 비리 가운데 일부만 기소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같은 수사 결과라는 것이다.
검찰의 솜방망이 수사를 피해 2년 가까이 해외로 도피한 한씨 행각은 세인의 웃음거리가 됐다. 경제계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을 갖고 있는 국세청장 출신 인사가 고작 불구속 기소를 피해 700일이 넘도록 잠적했으니 말이다. 사정이 이러니 세간에서 ‘힘 있는 인사가 뒷배를 봐주고 있다’ ‘사전에 수사 수위를 조율한 기획입국’이라는 의혹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은 봐주기 수사, 꼬리 자르기 수사를 했다는 지적을 곱씹어보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자성해야 한다. 국민은 살아 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사설] 검찰의 한상률 수사가 남긴 과제
입력 2011-04-15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