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현 경제 수장들, PF 부실 책임 회피 말라

입력 2011-04-15 17:33
건설업계 줄도산의 배경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손꼽히고 있다. 금융당국의 PF 규제 강화 등으로 저축은행들이 만기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서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를 예측하지 못하고 저축은행과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PF 대출을 확대해 부실이 쌓인 결과다. 금융권과 업계 책임이 크다. 하지만 당국의 정책 실패야말로 이런 사태를 초래한 근본 요인이다. 여야가 20∼21일 국회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전·현직 경제 수장들을 불러 책임을 추궁하려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청문회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증인 출석 요구서 수령을 하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된 탓이다. 14일 국회 관계자가 출석 요구서를 전달하러 갔을 때 이 전 부총리는 집에 없었고, 경비실에 “일주일 후에 오겠다”고 하고 나갔다는 게 한나라당 측의 전언이다. 이에 여야가 청문회 필요성에 대해 옥신각신하고 있어 청문회가 파행되거나 ‘반쪽 청문회’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2006년 금융감독위원장 재직 시 우량 저축은행에 동일인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8·8클럽’ 제도를 도입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전·현직 금융당국 수장들이 청문회 증인에 대거 포함된 까닭이다. 특히 이 전 부총리는 김대중 정부 당시 금감위원장과 재정경제부 장관, 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내며 저축은행 규제 완화 정책을 펴온 핵심 관료다. 그럼에도 청문회 출석을 기피한다면 무책임한 처사다. 당당하게 나와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게 표명해야 한다.

정책 실패 규명과 함께 현 정부는 대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회생 불가능한 저축은행과 건설사들에 대해선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생존 가능한 곳이 일시적 자금난 때문에 ‘PF 폭탄 돌리기’에 넘어가서도 안 될 일이다. 정부의 대책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금융권의 상생노력과 건설업계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