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맹경환] 애플의 독재에 맞선 벤처

입력 2011-04-15 17:34
공룡 기업 애플에 맞선 이스라엘 한 벤처기업의 외로운 싸움이 애처롭다. 싸움이라기보다는 바위에 달걀 하나 던지는 수준이긴 하다. 토콘(Tawkon)이라는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수치를 측정해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토콘’을 개발했다. 약 20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기술을 개발해 특허도 출원했다.

토콘은 개발 직후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애플 실무선에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아이폰으로 ‘관심 없음(No interest)’이라는 단 두 마디의 메일을 보내 거절했다.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잡스에게는 관심 없을지 몰라도 휴대전화 사용자들에게는 관심이 많은 문제다. 휴대전화 방사선이 암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키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현재 토콘은 안드로이드폰과 블랙베리폰에서 무료로 사용이 가능한 상태다.

토콘은 반발했다. 최근 잡스의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는 한편 자사 홈페이지 방문 네티즌에게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이메일을 보내도록 요청했다. 편법이긴 하지만 이른바 ‘탈옥’을 통해 아이폰에 토콘 앱을 설치할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다.

탈옥(jailbreaking)은 애플의 폐쇄적 정책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발이다. 아이폰 기능에는 환호하지만 사용자들은 애플이 정해놓은 범위 안에서만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감옥이나 다름없다고 느끼고 이 감옥을 탈출하고 싶어 한다. 아이폰 사용자 중 10%가 이미 탈옥을 통해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한다.

애플의 폐쇄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서비스 정책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그러나 애플은 끄덕 없다. 애플의 승승장구는 “개방적 환경에서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혁신이 일어난다”는 정보통신 업계의 진리도 무색케 했다. 하지만 개방성을 무기로 내건 안드로이드 군단에 맞서 언제까지 애플의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80년대부터 독자 생산을 고수한 애플의 맥 PC도 결국 폐쇄성 때문에 IBM 호환 PC에 밀려 마니아층만의 전유물로 전락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다.

맹경환 차장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