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고속, 與의원 17명에도 ‘쪼개기 후원금’

입력 2011-04-15 11:19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원고속이 2009∼2010년 한나라당 의원 17명에게 노조원 명의로 의원 1인당 수백만∼1000만원씩 1억5000여만원을 후원금 형식으로 전달한 혐의가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후원금 전달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한나라당 K의원의 보좌관과 관련 인사 등을 불러 후원금의 성격, 입금 과정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원고속의 노조 간부는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2009∼2010년 김 지사 외에도 여당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는 대원고속이 노조원 1인당 10만원씩 한나라당 P, C 의원 및 또 다른 K 의원 등 여당 의원의 후원회 계좌에 송금한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지사의 쪼개기 후원금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달 9일 실시한 대원고속 본사와 노조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원고속 측이 후원금을 전달할 여당 의원을 먼저 정한 뒤 돈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의원은 대원고속으로부터 후원금 제공 의사를 전해 받은 뒤 보좌관을 시켜 송금받기도 했다.

검찰은 K의원이 후원금 전달 과정에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그의 보좌관을 소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의원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대원고속 노조 관계자는 “경기도 버스기사가 서울 버스기사에 비해 처우가 나쁘고 어려워 도움을 줄 힘이 있는 여당 의원을 선정해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원고속의 후원금이 정치자금법 위반인지 확인하고 있다. 후원금을 받은 일부 의원이 대원고속을 위한 활동을 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특히 ‘누구든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된 정치자금법 33조를 위반했는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인이 후원금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불법은 아니지만 후원금의 성격을 파악해 불법 여부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노선버스를 운영 중인 대원고속은 지난해 말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합원 1050명 명의로 1인당 10만원씩 1억500만원을 김 지사 후원회 계좌에 입금했다는 내용으로 고발된 뒤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