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러 북한대사관 일부 건물에 불법 도박장…北, 외화벌이用 임대 가능성”

입력 2011-04-15 00:49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북한대사관 건물 일부가 불법 도박장으로 운영돼 왔다고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가 14일 보도했다.

북한대사관은 지난해 9월 식당운영을 하겠다는 ‘인테르’라는 러시아 현지 회사의 요청을 받고 대사관에 속한 2000㎡ 크기의 행정동 건물을 임대해줬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12월부터 이곳에서 불법 도박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물 2층과 3층이 도박장으로 운영됐으며 2층은 러시아 범죄조직 관계자들이, 3층은 사업가 등 미리 초청받은 VIP가 이용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2층 도박장에는 룰렛 게임용 테이블 4개와 카드 게임용 테이블 5개, 약 30개의 전자 게임기 등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장은 사전에 전화 예약을 하거나 기존 고객이 추천한 사람으로 인원을 제한해 철저한 보안확인 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현금 거래를 안 하고 차후에 정산하는 등 안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카지노 업자들은 도박장이 치외법권 지역인 대사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 고객을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언론의 보도를 부인했다. 주러 북한대사관은 “대사관 역내에는 어떤 카지노도 없으며 이전에도 없었다”고 반박했다고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가 전했다. 하지만 북한 경제사정을 고려할 때 북한 외교관들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벨라루스 대사관에도 비슷한 카지노가 운영돼 왔으며, 카지노 업주들이 아프리카 등 가난한 국가 대사관에 비싼 임대료를 조건으로 카지노 개설 협상을 해왔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