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원위치… 정유사 생색만 냈다

입력 2011-04-15 11:15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개사가 기름값을 내린 지 1주일 만인 14일 서울시내 상당수 주유소가 다시 가격을 올려 운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유소 측은 정유사의 공급 가격이 올라 기름값을 다시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공개 사이트인 오피넷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내 96개 주유소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1곳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올렸다. 자영 주유소 11곳은 아예 기름값을 내리지 않았다. 본보는 오피넷에서 서울 강남구, 송파구, 영등포구, 동대문구, 성동구, 은평구 등 6개 구에서 정유사별로 주유소 4곳씩을 선정했다.

주유소들은 정유사가 공급가를 인상한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를 올렸다. 21∼50원 인상한 주유소가 31개로 가장 많았다. 기름값 인하 전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올린 주유소도 6곳이나 됐다.

운전자들은 다시 오르기 시작한 기름값을 보며 불평을 쏟아냈다. 회사원 김지수(30)씨는 “국제유가가 올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더라도 정유사가 기름값을 내린다며 생색은 다 냈던 것을 생각하면 소비자를 농락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부 홍정림(53)씨는 “명목상으로는 가격을 내렸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변동 폭은 거의 없었다”며 “싼 곳을 찾아다녀도 가격 할인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원 장호철(30)씨는 “기름값이 내려야 서민들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겠느냐”며 “정부가 당장 세금을 내려 기름값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유소 업주들은 “마진이 없는 상태에서 손해보고 기름을 팔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한 주유소 사장은 “지난 할인 행사는 정유사가 기름값을 50원 이상 올린 상황에서 주유소가 억지로 100원을 내린 것”이라며 “우리는 자영이라 처음부터 100원을 내릴 여력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주유소 소장도 “본사에서 ‘조금 올리라’는 연락이 와서 12일부터 25원 올렸다”고 말했다.

기름값 인하가 교통량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지난 6일 서울의 교통량은 710만3000여대였으나 기름값을 내린 7일부터 교통량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 10일 서울시내 교통량은 585만8000여대까지 줄었고 13일은 7일보다 10만여대 늘어난 723만여대가 운행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