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립정부의 두 축인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이 이민정책을 두고 갈등을 표출했다. 포문은 보수당 당수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열었다. 캐머런 총리는 14일 “영어를 못하거나 영국 사회에 통합될 의지가 없는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에 ‘불편과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민자들은 영어를 배워라”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가 지난해 5월 총리로 취임한 이후 영국 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민 문제에 대해 가장 솔직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영국에 온 이민자 수는 같은 기간 외국으로 떠난 사람들보다 220만명이나 더 많다”면서 “이는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민자의 증가가 교육·주택·건강보험 등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며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민당 출신의 빈스 케이블 기업부 장관은 이날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매우 현명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케이블 장관은 “유럽연합 이외 지역에서 유입되는 이민자를 규제하면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경기 회복과 성장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연립정부 출범 이후 대립을 자제해 온 양당이 칼날을 세우는 것은 다음 달 지방의회 선거를 두고 고정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승주 기자
英 연립정부 이민정책 갈등… 보수당 “이민자 혼란 초래” vs 자민당 “현명치 못한 발언”
입력 2011-04-14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