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 복원했다더니” 항의 빗발… 농협 전산 장애 완전정상화까지 시간 더 걸릴 듯

입력 2011-04-14 22:04

사상 최악의 ‘전산 대란’을 맞은 농협중앙회가 결국 장애 원인도 밝히지 못하고 금융감독원과 검찰에 공을 넘겼다. 농협은 14일 오후까지 전산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인터넷 뱅킹 등에서 서비스 장애가 여전히 발견돼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3000만명의 고객 계좌를 가진 대형 은행의 전산 시스템과 보안체계의 허술함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상화가 늦어지자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 회장은 “이번 전산장애의 발생원인은 농협중앙회 IT 본부 내에 상주 근무하던 협력사 직원의 노트북 PC를 경유해 각 업무시스템을 연계해 주는 중계서버에서 ‘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이 실행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나 농협 관계자들은 그러나 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이 어떻게, 누구 혹은 무엇에 의해 실행됐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날 것”이라고만 말했다.

농협 측은 문제의 노트북PC가 개인의 것인지, 농협에서 제공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노트북 PC에서 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문제의 노트북 PC를 누가 보고 있었고,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만큼 관리가 소홀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더욱이 하나의 노트북 PC로 320개 서버를 연결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한 관리체계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복구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농협은 시중은행의 3배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DB)량을 처리하기 때문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농협은 이날 새벽 인터넷·폰뱅킹 복구가 완료됐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잔액조회 등의 일부 기능만 사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각 영업점에는 인터넷 뱅킹이 불능이라거나 접속 자체가 안 된다는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농협은 고객 피해는 전액 보상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3000만 고객에게 불편을 드려 머리 숙여 깊이 사과 말씀 드린다”면서 “고객의 피해에 대해서는 금액이 얼마가 되든 100%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이 자체 원인 규명에 실패하자 금감원과 검찰은 농협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 금감원은 특별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