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규율’ 깬 마피아… 두목 마시노, 법정서 첫 검찰수사 협조 발언

입력 2011-04-14 18:27
‘오메르타(omerta)’는 이제 지난 시절의 ‘유물’이 됐다.

미국 범죄조직 사상 처음으로 공개 법정에 출두한 전 마피아 두목이 조직 내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통을 깨고 검찰에 협조하는 증언을 했다. 오메르타는 마피아 조직 내부의 행동 수칙으로, 범죄 수사에 절대 협조하지 않는다는 ‘침묵의 규율’을 가리킨다.

미국 abc방송 인터넷판은 13일(현지시간) 미국 마피아 조직 보나노파의 전 두목 조지프 마시노가 지난 12일 뉴욕 브루클린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 보나노파 현 두목 빈센트 바치아노의 살인 혐의에 대해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마시노는 바치아노가 2004년 눈 밖에 난 조직원 1명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이듬해 자신에게 털어놨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법정에서 검사의 질문에 스스럼없이 답변하면서 자신의 두목 시절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마시노는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바치아노 역시 다른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마시노의 증언은 전 마피아 두목이 오메르타를 깨고 현 두목에게 가한 치명적인 일격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마시노는 자신이 오메르타를 어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언젠가 긴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볼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사법당국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감형을 원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영화 ‘대부’나 미국 인기 드라마 ‘소프라노스’에 나오는 마피아의 모습은 옛날 이야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30여년 전만 해도 영향력이 꽤 컸던 마피아가 쇠락하면서 오메르타의 파괴도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