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건설, LIG건설에 이어 삼부토건도 잇따라 경영권방어에 용이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부채상환능력을 갖춘 중견건설사와 대기업 계열건설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높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의 법정관리행을 조장하는 개정 통합도산법을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은행들의 허술한 신용도 평가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반박도 나온다.
2006년 4월 개정된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과거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대주주의 경영권을 모두 박탈한 것과 달리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터 줬다. 회사를 살릴 의지가 있으면 박탈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더라도 기존 경영자는 공급 횡령 등 위반 사항이 없는 한 경영을 계속할 수 있으면서 그간의 모든 채권과 채무만이 동결되는 셈이다. 결국 원금 손실은 은행들이 감수하는 구조가 됐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밑질 게 없다고 판단한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중앙법원 조사결과 올 1분기 법정관리 접수건수는 37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5건이 많았으며 2007년(5건)보다는 7배 이상 급증했다.
더욱이 법정관리는 채무재조정을 함으로써 변제기간도 연장되고 부채도 탕감받을 수 있어 부실기업을 위한 꼬리 자르기 식의 제도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채권단은 법정관리 철회를 검토 중인 삼부토건에 대주주로 있는 르네상스호텔의 추가 담보제공을 요구하고 있으나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회사의 경영진을 그대로 놔둘 수 있도록 한 통합도산법의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시한이 만료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하루 빨리 재입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문제가 된 건설사들이 법정관리를 쉽게 선택하게 된 것은 채권 금융기관이 주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근거 법률인 기촉법 시한 만료로 시행하기 힘들어진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는 금융채무나 상거래 채무까지 동결돼 금융사의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워크아웃은 상거래 채무가 보장돼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쯤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팬택과 같은 모범적인 사례가 있기 때문에 워크아웃 제도가 부활해야 하고 통합도산법은 개정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아진 안의근 기자
기업, 경영권 지키고 부채 탕감 원금 손실은 은행에… ‘법정관리’ 도덕적 해이 부추긴다
입력 2011-04-14 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