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 “빅매치 아닌 결승전”

입력 2011-04-14 21:39

14일 낮 12시30분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앞 광장.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의 시선이 일제히 단상으로 쏠렸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붉은색 줄무늬 셔츠를 입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채 등장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잡은 홍 최고위원이 트로트를 열창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진 연설에서도 홍 최고위원은 한때 공천을 반대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의를 다해 강재섭 후보를 치켜세웠다. 그는 “우리 당에서 해먹을 거 다 해먹고 가버린 손학규 후보를 잡을 사람은 강재섭뿐”이라며 “강 후보는 당 화합을 이뤄서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는 그런 인물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 정치인’ 나경원 최고위원이 등장하자 유세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나 최고위원이 “이번 선거는 분당 국회의원 한 명만 뽑는 선거가 아니라 좌파 포퓰리즘 대 책임 있는 보수세력 간의 선거”라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치자 좌중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동행한 의원들도 “잘한다”고 추임새를 넣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강 후보는 “야당에서 이번 선거를 정권심판이라며 거창한 포장을 해놓고 달려들고 있다”며 “좋다. 크게 붙어 보자”라고 일갈했다. 강 후보는 이어 “분당을에서 패한다면 한나라당은 보따리를 싸야 된다. 다음 정권을 넘겨줘야 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정자역 광장에서 치러진 강 후보의 첫 유세에 동원된 동료의원 은 53명. 당초 강 후보는 분당을 선거를 ‘15년 토박이 강재섭 대 정치 낭인 손학규’ 대결이라는 인물 대결 구도로 선거전략을 마련했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민심을 감지한 뒤 ‘당 대 당 대결’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당도 강 후보의 지원 요청에 대규모 물량공세로 적극 부응하고 나섰다. 원희룡 사무총장 등 의원들은 유세가 진행되는 동안 800여명의 인파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 유세가 끝난 뒤에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꾸준히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

강 후보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표밭을 누볐다. 오전에는 분당의 교통 중심지인 미금역 사거리에서 서울행 광역버스를 타려고 줄을 선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강 후보는 기자에게 “주민들이 광역버스를 타려면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출근길부터 파김치가 되는 주민들을 위해 출근형 교통버스를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근인사를 마친 강 후보는 대한노인회 분당지회를 방문하고 노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수진 상임 부지회장은 강 후보를 연방 ‘대표’로 호칭하며 “선거운동 첫날 방문해주신 데 대해 1800여명 회원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그냥 후보라고 불러 달라”며 몸을 낮춘 뒤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잘 모시겠다”고 화답했다. 이동 중에는 승합차 안에서 틈틈이 유권자들에게 전화해 지지를 호소했고, 선거운동원들에게는 “이번 선거는 단순히 빅매치가 아니라 결승전”이라며 결전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오후에는 정자역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내 상가에서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분당 태현공원 앞 노인정과 금곡동 주변 상가를 돌아다닌 뒤 오리역과 미금역 사거리에서 거리유세를 벌이는 등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성남=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