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자전거 관리 엉망… 페달·안장은 파손되고 대여소 단말기는 ‘먹통’

입력 2011-04-14 18:16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가 관리소홀로 방치되고 있다. 페달, 안장, 체인이 온전치 않은 ‘위험천만 자전거’, 요금을 내도 거치대에서 분리되지 않는 ‘돈 먹는 자전거’, 고장으로 대여도 반납도 되지 않는 ‘먹통 자전거’에 시민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벚꽃축제가 시작된 14일 오전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 자전거 스테이션(정거장)을 찾은 김모(54)씨 부부는 결제를 해도 대여되지 않는 자전거에 진땀을 흘렸다. 20여분간 모니터를 보며 자전거를 빌리려고 했지만 거치대에는 10초 간격으로 ‘조회’와 ‘대여 중’에 번갈아가면서 불이 들어올 뿐 먹통이었다. 김씨는 “벚꽃축제 기간이라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돌고 싶었는데 고장이 났는지 안 된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다 발길을 돌렸다.

오후 1시20분쯤 여의도역 4번 출구 앞 스테이션에 세워진 6대의 자전거 중 1대는 체인이 빠진 채 페달이 헛도는 상태였다. 출퇴근을 공공자전거로 한다는 회사원 봉모(38)씨는 대여를 위해 단말기에 카드를 댔지만 반복해서 나오는 “반납이 완료됐습니다”라는 음성메시지에 다른 자전거를 빌렸다. 봉씨는 “1년치 이용권을 끊어 매일 타는데 이런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땐 그냥 다른 자전거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부터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며 서울 여의도와 상암동 등 한강주변 43개소에서 242대의 공공자전거를 운영 중이지만 관리 부실 때문에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카드와 휴대전화 결제가 가능한 무인시스템을 도입해 ‘시민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고장난 자전거는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시민 이모씨는 지난 11일 서울시 공공자전거 홈페이지에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는데 페달을 밟으면 겉도는 자전거가 많아 매우 위험하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시민도 ‘자전거에 기름칠 좀 해주세요’ ‘환불요청’ 등의 글을 올리며 불편을 토로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내 곳곳에 공공자전거 100대와 자전거 보관소를 설치했지만 하루 평균 20여대가 파손되거나 분실되고 있다. 울산 남구는 지난해 7월 여천천 둔치 자전거 도로에 양심자전거 60여대를 배치했으나 3개월여 만에 모든 자전거가 분실되거나 파손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근로 인력이 청소업무를 담당할 뿐 자전거 관리와 운영은 위탁업체가 하고 있다”며 “시에서 파악한 고장 난 자전거는 5∼10%로 시민들이 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김수현 김유나 기자 siempre@kmib.co.kr

전국종합=최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