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농협중앙회 전산장애로 3000만명에 달하는 고객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었다. 지난 12일 오후 5시5분쯤 시작된 전산장애로 20시간 동안 모든 금융거래가 중단됐다. 또 농협이 복구작업에 들어갔지만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체크카드를 이용한 금융거래, 인터넷뱅킹과 폰뱅킹의 일부 기능이 전산장애 사흘째인 14일 오후까지도 완전 정상화되지 않았다. 금융업계에서는 피해 규모가 사상 최대일 것으로 추산한다.
이번 전산장애는 전산망 유지·보수를 맡은 협력업체 직원의 PC에서 입력된 장애를 유발하는 명령어가 운영시스템과 주요 파일을 훼손하는 식으로 확산됐다. 금융부문 자산규모가 193조원(지난해 말 기준)에 이르는 농협 전산망이 하루아침에 마비된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간 얼마나 허술하게 전산망을 관리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농협은 고객이 피해를 입증하면 보상해준다는 입장이지만 고객에게만 피해 입증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농협은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피해 보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실추된 이미지와 고객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농협 신용 및 경제사업이 분리됨에 따라 내년 3월 2일부터 출범하는 금융지주회사의 앞날이 이번 전산장애로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검찰은 전산장애 원인이 직원 실수인지, 고의인지, 외부 해킹인지, 바이러스 침투인지 등을 가려내야 한다. 금융감독원도 농협의 전산 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농협이 전자금융거래법이나 감독규정을 준수했는지 살펴야 한다. 검찰과 금감원은 조사결과 전산장애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기 바란다.
현대캐피탈 해킹과 농협 전산망 장애가 발생한 것은 금융기관이 정보기술 분야 인력과 예산을 줄인 데에도 책임이 있다. 금융기관이 실적만 강조하다 보니 고객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는 것이다.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응하지 말고 사전에 철저히 점검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다.
[사설] 농협 전산장애 원인 규명과 보상 철저하게
입력 2011-04-14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