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목회’ 실천하는 다애교회 이순근 목사… “성장의 잣대는 성숙 작은교회 사랑해야”

입력 2011-04-14 20:29

다애교회 이순근(56) 목사는 ‘놓을 때 얻고, 얻을 때 나누는 역설의 목회’를 추구한다. ‘바람 앞의 등불’ 같은 현재의 한국교회를 구할 수 있는 길도 여기에 있다고 확신한다. 미국 메릴랜드 주 최대 한인교회인 볼티모어 벧엘교회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2008년부터 서울 논현동 YMCA강남지회 건물에서 자그마한 교회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목사의 교회개척은 하나님께 드린 기도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19년 전 미국유학을 떠날 때 6가지 제목을 갖고 하나님께 기도드렸어요. 앞의 다섯 가지는 하나님, 성경, 인생, 세상, 사람을 더 알게 해달라는 기도였어요. 마지막 기도는 조국을 위해 일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어요. 15년간 이민목회를 통해 다섯 가지는 어느 정도 달성했는데 마지막은 여전히 미완성이었어요. 그래서 결단한 겁니다.”

이 목사는 목회를 손자를 키우는 ‘할비의 마음’, 교회와 사회 구석곳곳에서 이뤄지는 사역과 미담들을 나누는 ‘멍석’과 같다고 했다. “손자는 마냥 귀엽잖아요. 1980년부터 사역자로 살아왔는데 지금처럼 부담 없이 목회하는 건 처음일걸요.”

할비의 마음으로 최근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첫 위탁형 대안학교인 ‘다애다문화학교’를 인가받았다. 이는 이민목회를 하면서 다문화사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절히 느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목회하거나 아이들을 기르다 보면 우리나라에 있는 다문화 가정들의 비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다애교회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 학교가 일정 궤도에 올라서도록 적극 도울 겁니다.”

다애다문화학교는 인근 중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을 위탁하면 교육을 하게 된다. 학생 소속은 위탁을 한 학교이고 졸업장도 원적 학교에서 받게 된다. 다애다문화학교 성적은 원 소속 학교로 보내게 된다. 독립형 대안학교가 아닌 것은 공교육과 연결고리를 가진 대안교육이어야만 다문화 아이들이 이 땅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다애교회 내 해외 생활을 경험한 교인들이 적지 않아 교사 19명을 확보하는데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교장은 고교 지리 과목 명강사 출신인 이희용 장로가 맡았다.

이 목사는 “미국에는 ‘제도화된 인종주의’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문화적 인종주의’가 심해 다문화가정이 정착하기 쉽지 않다”며 “다문화 아이들은 한국어뿐 아니라 모국어 교육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에서 한국어 영어 모국어 등 3가지 언어를 모두 가르치는 것도 다니엘 에스더처럼 타국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또 1대 1 멘토링을 통해 다문화 아이들의 한국 정착을 돕고 훗날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일꾼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 트리니티국제대학교 교육학 박사인 이 목사는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철학에 따라 부모의 교사화를 독려하며 교회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자녀를 교회학교에 맡겨놓고 나 몰라라 해서는 곤란해요. 아버지가 설교하고 어머니가 교사로 섬기면서 온몸으로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신앙을 보고 자신들의 ‘롤 모델’로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목사는 부모들과 자녀들이 함께 신앙의 계보를 더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오는 8월경 한옥 리트릿센터(다애코이노니아한옥센터)를 완공시킬 예정이다. 금요일 가족단위로 리트릿센터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주일예배를 현지 교회에서 드릴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1년 2회 정도는 교회 전 구성원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는 “목회자의 성공 기준을 한국교회 평신도들이 바꿔나가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타종교 성직자의 성공 기준은 양(성장)이 아니에요. 그러기에 성직자들이 멀리 보면서 다지는 사역을 합니다. 반면 우리들은 조바심을 갖게 됩니다. 이를 바꾸려면 교인들이 먼저 교회 크기와 관계없이 목회자를 판단해줘야 합니다.” 이 목사는 그 실천 대안으로 “작은 교회 목회자를 존경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면서 “그럴 때 ‘작은 일에 충성했으니 잘 하였도다’는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의 원뜻을 깨달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