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의 산수화 속에 숨어 있는 나무와 꽃에 담긴 의미와 정취를 망라했다. 자신을 스스로 ‘나무 인간’ 혹은 ‘나무 환자’로 부르는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가 산수화의 숨은 주인공은 나무라고 믿고 28편에 걸쳐 나무와 꽃 이야기를 꼼꼼하게 펼쳐 보인다. 저자는 퇴계 이황이 왜 ‘매화가 피는 섣달 초순, 분매(盆梅)에 물을 주라’는 아리송한 유언을 남겼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안평대군과 사육신의 이루지 못한 꿈을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그려진 복사꽃의 개화시기와 복사꽃에 담긴 욕망의 코드로 읽어내기도 한다. 평생을 같이 할 소나무 그림을 찾아 닥치는 대로 전시회를 따라다니고 도록을 사 모은다는 저자의 열정이 책 속에 뚝뚝 묻어난다. 83장의 도판이 올컬러로 실려 이해를 돕는다(효형출판·1만4000원).
‘산수화의 주인공’ 나무·꽃 강의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입력 2011-04-14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