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이’/글 정옥·그림 허구/샘터
우리는 종종 마음이 울적하거나 심란하면 숲을 찾는다. 숲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맡으면 어느새 우리 마음을 짓눌렀던 화났던 일, 짜증났던 일은 스르륵 사라져 버린다.
신작 동화 ‘나무아이’는 사람이 자연을 가꾸는 게 아니라 자연이 사람에게 사랑을 베푸는 존재임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보여준다.
이제 곧 열 살이 되는 향이는 바쁜 엄마 때문에 잠시 시골 외갓집에서 지내게 된다.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 엄마가 밤늦게까지 일하는 시간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 외갓집에 오는 날, 향이는 머리 모양이 이상한 남자아이를 보게 된다.
“아이의 머리는 초록색 솔잎으로 뒤덮여 있었다. 삐죽삐죽한 솔잎 사이, 군데군데 맺힌 솔방울이 덩달아 달랑거렸다. 섬솔밭에서 청솔모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 나와 아이의 발밑에서 알짱댔다. 아이는 몸을 배배 꼬며 웃었다. ‘우히히, 그만해. 간지러워.’”(16쪽)
엄마와 헤어진 날 밤 향이를 ‘나무아이’로 여긴 반딧불이 때문에 향이는 숲 속에서 곤경에 처한다. 이 때 진짜 나무아이 솔이가 나타나 향이를 구해준다. 향이는 솔이와 친해지면서 나무아이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며칠 후 관광객들이 버린 담배꽁초 때문에 숲에 큰 불이 날 뻔하고, 용기와 기지를 발휘한 향이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다. 숲 속 나무들이 잔치를 베풀고 솔이와 향이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향이는 열 살이 되면 솔이와의 즐거운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데….
“숲을 빠져나온 향이는 다시 숲 속을 향해 돌아섰다. 그러고는 손을 흔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솔아, 넌 내 친구야. 그러니까 난 널 꼭 기억할 거야. 내일 봐.’”(95쪽)
첫 작품 ‘이모의 꿈꾸는 집’으로 제6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한 정옥 작가의 나무와 인간에 대한 애정과 통찰력이 돋보인다. 여기에 익살맞고 정겨운 허구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동심을 자극한다. 2011년 유엔이 정한 ‘세계 산림의 해’를 맞아 아이들에게 자연과 나무와 숲의 소중함을 깨우쳐 준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인간에 사랑 베푸는 자연의 참모습 소개
입력 2011-04-14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