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 이로운 대안에너지는 많다

입력 2011-04-14 17:25

‘에너지 세계일주’/블랑딘 앙투앙·엘로디 르노/살림

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면서 전 세계가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일본에 인접한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2일에는 국내 시금치와 상추에서 극소량이지만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원자력 에너지 반대론자들은 원자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맞선다. 원자력 발전소만큼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효율성이 높은 에너지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에너지 세계일주’는 프랑스 출신의 젊은 여성 학자 2명이 세계의 에너지 기술을 살펴본 책으로, 원자력 에너지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공동저자인 물리학자 블랑딘 앙투앙과 경제학자 엘로디 르노는 프랑스 국립 공과대학 에콜 폴리테크니크 재학 시절 만났다. 둘은 에너지에 관한 고급정보를 축적하기 위해 설립된 모임 ‘프로메테우스’의 멤버다. 전공과 취향이 다른 둘을 묶어 준 것은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열망이었다. 둘은 매년 인구는 늘지만 자원은 한정된 세계의 유한성에 심각성을 느꼈다. 그래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발견하고 널리 퍼뜨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에너지 세계일주’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2006년 세계여행 계획을 세운 이들은 이듬해 1월부터 7개월 간 4개 대륙, 총 17개국을 밟는다. 거리로 따지만 총 15만4000여㎞에 달하는 여정이었다. 둘은 이 과정에서 만난 에너지 전문가 200여명으로부터 대안에너지 시설의 사용법을 전달받고 꼼꼼하게 기록한다.

책은 다양한 대안 에너지를 소개한다. 지열 파도 바이오매스 태양에너지 등 이상적으로 생각한 에너지가 실제 사용되는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노르웨이 크발순 해협에 설치된 함메르페스트 스트륌 발전소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바다 밑에 설치된 발전소이기 때문이다. 해류의 흐름이 유독 빠른 지형의 특성에 착안해 건설된 이 발전소는 크발순 지역 주민 30여 가구에게 전력을 공급한다.

일본 하코바루 발전소는 지열(地熱)을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 온도가 섭씨 230도에 달하는 지하 1500∼2200m에 있는 따뜻한 물을 지표면으로 길어올리면 압력이 낮아지면서 축축한 증기로 변하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발전을 한다. 지열 발전소는 1977년부터 가동됐는데, 사람들이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샘에서 온천욕을 시작하면서 지열을 이용해 전기를 얻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한다. 지열 발전소는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이점이 있는데 실제로 사용되는 곳이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 뜨거운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기저기 우물을 파면 자연 경관을 해치기 때문에 많이 시행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 외 프랑스 랑스 강 어귀의 조력발전소, 잠비아 사람들이 애용하는 태양력 발전소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들은 이 밖에도 사탕수수 찌꺼기로 만드는 바이오디젤 연료, 쓰레기장에서 생산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 식물의 엽록소를 이용해 수소를 합성하는 무공해 발전 등 주변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기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인도의 환경 운동가, 사라져 가는 숲을 구하기 위해 오랜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세네갈의 환경단체 통신원, 브라질 바이오디젤 산업의 선구자 등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책을 번역한 변광배씨는 “이 책은 대안에너지는 공상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그 선입견을 깨뜨려 준다. 또한 인도 브라질과 같이 한창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나라들이 대안에너지를 개발하는 모습은 에너지 정책을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