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 학부생과 대학원생은 등록금 등 금전적 문제의 재검토뿐 아니라 대학 정책 결정 과정에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밤늦게까지 진행된 카이스트 학부와 대학원총학생회 비상총회에서는 최근 학부 학생 4명의 잇단 자살 원인으로 지목된 서남표 총장의 개혁적인 학교 운영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등이 논의됐다.
개교 이후 처음 열린 학부생들의 비상총회에는 914명이 참석해 정족수(총원의 8분의 1)를 넘겼다. 학생회 측은 표결에 앞서 “학교의 중요 정책이 결정될 때 학생의 의견이 반영될 만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발언했다.
학생회 측은 또 “우리의 의견과 제안들이 학교 측에 제대로 반영되고 우리가 진정 원하는 방향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교 정책결정 과정에 학생대표들이 참여하고 의결권을 보장하도록 제도화하자’는 안건은 첫 표결에 부쳐져 통과됐다. 이어 서 총장이 추진한 개혁에 대한 평가진행팀 구성 및 평가보고서 작성 공개, 총장 선출 시 학생투표권 보장 요구 안건도 통과됐다.
학생들은 또 재수강 횟수 제한 폐지, 전면 영어강의 방침 개정, 계절학기 수업 증설 및 수업료 정상화, 인문사회 선택과목 증설, 학사경고 1학년생 지원 강화, 복지 및 문화생활 개선 등을 요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반면 서 총장에게 개혁실패 인정을 요구하자는 학생회 측 제안에 대해 상당수 학생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카이스트 대학원총학생회도 이날 오후 9시 교내 대강당에서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비공개로 비상총회를 열었다.
대학원생들은 “학교 정책의 입안과 집행 시에 학생 의견은 전면 배제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학생과 관련된 정책이 이사회 등에 상정되기 전 학교 정책 입안자와 학생 대표들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이와 함께 대학원생들은 ‘대학 연구환경 개선 혁신’을 위한 비상 태스크포스(TF) 구성, 연차 초과자 제도 및 기성회비 부과 개선, 학과 학생연구위원회 설치 등도 대학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연차 초과자 제도를 유지할 경우 수업료를 교수님이 부담하거나 이 제도를 폐지하고 졸업장려 제도를 신설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며 “교과부 권고 사항이라며 기성회비를 걷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공지하지 않은 채 걷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만큼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는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카이스트는 대학원생에게도 학부의 징벌적 등록금과 같은 성격의 ‘연차초과자’ 제도를 마련, 석사의 경우 5학기부터, 박사의 경우 9학기부터 일종의 페널티로 수업료를 부과하고 있다. 2010학년도부터 의무적으로 91만8000원의 기성회비를 부과하고 있다.
대학원 비상총회도 이날 학부와 마찬가지로 소통 개선을 위한 ‘대학교육정책 최고 자문 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일부 대학원생들은 “총학 측이 비상총회 성립 요건인 정족수 1018명(총원의 5분의 1)을 채우지 않은 채 행사를 강행해 대표성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부 및 대학원 총학생회는 이날 결정된 사항과 논의된 의견, 이메일로 접수된 의견을 수렴해 대학본부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대전=이종구 기자
[위기의 KAIST] 학생회 “학교 정책결정 과정 학생대표 참여해야”
입력 2011-04-14 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