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침출수 심각] ‘오염 지하수’ 잠재적 위험 큰데… 정부 무대책 일관

입력 2011-04-13 19:52

지하수가 방치되고 있다. 구제역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의심됐던 수건의 사례에서 환경부는 ‘지하수 음용금지’ ‘지방상수도 보급’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가축 매몰지 관리 지침에서도 오염된 지하수 정화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환경부 조사에서 질산성 질소 등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난 구제역 매몰지 인근 지하수 관정은 모두 143곳이다. 환경부는 침출수의 영향이 아니라는 해명에만 급급했을 뿐 수질 개선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13일 현재 오염된 지하수를 정화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수 오염을 개선할 계획도 현재로선 전무하다.

환경부는 전국 2499곳에 지하수 수질 측정망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조사 대상의 5∼6%가 각종 수질 기준을 초과하고 있지만 역시 수질 개선엔 무대책이다.

지하수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은 질산성 질소 검출 비율이 높다. 축산 분뇨, 비료에 함유된 질소 성분이 물에 녹아 질산으로 변한다. 질산성 질소는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 질산성 질소가 대량 함유된 물을 오랫동안 먹으면 적혈구의 산소공급 기능이 떨어져 유아에게 청색증을 유발한다. 피부색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은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1950∼60년대 체코에선 어린이 100여명이 오염된 지하수를 먹고 발병해 사망률 8%를 기록한 ‘블루베이비 사건’이 일어났다. 1993년 국내에서도 질산성 질소에 오염된 지하수에 분유를 타 먹인 아기에게서 청색증이 발병한 사례가 보고됐다.

영농행위는 지하수법이 규정하는 오염유발 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개선조치 등 행정명령을 내릴 수 없다. 오염이라는 현상은 있지만 원인자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오염된 지하수는 자정 작용에 매우 오랜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수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잠재적 위험은 후대에도 계속된다. 기후 변화에 따른 수자원 부족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미래 수자원으로 지하수를 주목하고 있다.

환경부는 2005년 지하수 환경지도 작성, 국가 복원 우선순위 목록 작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하수 수질보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하수 관정 관리자에게 오염 책임을 지게 하는 책임 제도와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지하수의 수량은 국토해양부에, 수질은 환경부에 관리 책임을 지운 현행법도 체계적인 지하수 관리를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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