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발생한 구제역 침출수 오염 의심 사례에서 환경부는 한결같이 “오염된 것은 맞지만 침출수 때문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와 언론은 “환경부가 책임을 모면하기에 급급해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을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도 환경부의 판단 기준은 침출수 유출을 가려내기에 모호한 점이 많다는 의견이 나왔다.
환경부는 가축 매몰지 관리 지침에서 ‘일반적으로 침출수 유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는 암모니아성 질소, 질산성 질소, 염소이온, 대장균 등이 있다’고 적시한 뒤 ‘이들 항목이 배경농도 지점에 비해 높게 검출되거나 암모니아성 질소, 염소이온 등이 동반 상승하는지를 토대로 전문가 검토·분석을 거쳐 판단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시민환경연구소는 13일 “염소이온은 초기 침출수에서 고농도로 검출된 뒤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반박했다. 각 지표의 동반 상승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도 “농촌 지역에선 어느 곳에서나 질산성 질소와 암모니아성 질소가 높게 나타난다”며 “침출수 유출 여부를 가려내는 지표로 부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지자체에선 동물의 뼈와 지질 등에 함유된 인(燐) 성분을 검사 지표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원자력연구원은 단백질, 아미노산 등 ‘가축사체 유래물질’을 이용한 침출수 판별법을 개발해 지난달 경기도 이천시 돼지 매몰지 인근 지하수 관정이 침출수로 인해 오염됐다고 판정했다. 국립연구기관의 발표였지만 환경부는 이마저 “검증되지 않은 기법”이라며 일축했다. 침출수 오염 우려가 제기되면 지자체는 해당 매몰지를 발굴·이전하는 것으로 사태를 덮으려 하지만 번번이 의혹만 키우는 꼴이 됐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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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3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