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재창출 위해… 與, 박근혜 ‘조기 등판론’

입력 2011-04-13 22:25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13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제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차기(대권 주자)를 언제든지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력 인사가 전면에 나서서 역량을 발휘해야 하고, 정권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게 정 최고위원의 논리다. 정 최고위원은 차기 주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라는 점 때문에 박 전 대표를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차기 주자가 부각된다면 권력 누수 현상인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대통령이 됐더라도 레임덕은 온다고 본다”며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정권 재창출 놓치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전두환 대통령은 ‘노태우’를 6·29를 통해 부각시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적 있다”고 덧붙였다.

정 최고위원의 주장은 여권 내부에서 일고 있는 ‘지도부 쇄신론’과 ‘대권 후보 조기 가시화론’과 맥락이 닿아 있다. 권영진 의원은 “총선 전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를 검토해야 하고, 차기 주자가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또 “총선·대선 전망이 불확실하거나 어려울 때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것”이라며 “총선·대선 전망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그것(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이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현재는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를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 등의 주장에는 지도부 교체가 먼저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정 최고위원은 “국민이 ‘저 정도면 한나라당에 기대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도록 당이 (지도부 교체 이상의)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권 의원 역시 “한나라당 지도부를 미래형으로 바꿔내는 게 일차 선결과제”라고 밝혔다.

이들의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 주장의 이면에는 총선 참패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지방선거에서 패한 후에도 물가·전세대란, 구제역 사태로 민심이 악화되는 등 ‘실점’만 계속 쌓아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기 리더십을 부각시켜 위기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 최고위원은 당장 4·27 재·보궐선거 때부터 박 전 대표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한 가장 소중한 당의 자산인 박 전 대표를 일찌감치 띄우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부산지역 한 의원은 “일찌감치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당내뿐 아니라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정 최고위원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 당시와 비교하지만 지금은 차기 후보를 대통령이 낙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며 “정 최고위원이 ‘오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가 재보선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원들은 “일관된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분에게 선거 지원을 강요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보궐선거는 당에 책임 있는 사람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 주장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한장희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