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양표 한국 좌·우뇌교육개발연구소장 “우뇌계발 시작은 존댓말 교육”

입력 2011-04-13 18:50

“자, 이게 뭘까요.” “시금치요!”

노란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유치원 체육복을 곱게 입은 어린이들의 표정은 활짝 갠 날씨만큼이나 밝았다. 시금치 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교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교사가 개구쟁이 남자아이에게 “먹어보세요”하고 시금치 이파리를 뜯어줬다. 맛이 쓴지 아이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웃으며 “선생님도 드셔보세요”하고 고사리 손을 내민다.

지날 1일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산들유치원의 아이들은 밝고 상큼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하는 것은 기본이요, 교사의 지시도 아주 잘 따랐다.

이 유치원 원장이자 한국 좌·우뇌교육개발연구소장인 홍양표(52) 소장은 “우리 아이들이 다른 이들과 달리 해맑고 예의가 바른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그 비밀은 바로 우뇌(右腦)에 있다”고 밝혔다. 유치원 3층, 자신의 공간에서 홍 소장은 비밀 보따리를 풀었다.

우뇌의 비밀

그는 두 주먹을 둥그렇게 감싸 쥐어 붙였다. 뇌에는 좌뇌와 우뇌가 있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서다. 좌뇌는 주로 지능과 관련된 기능을 한다. 수학적 능력, 정확한 언어표현 능력, 논리력, 합리적 사고력, 세부적 분석력, 비판력 등을 관장한다. 우뇌는 감성과 연결돼 있다. 느낌의 형상화와 음악 예술 능력, 상상력, 창조력, 공간지각능력, 직관 능력, 그리고 인성(人性)과 큰 연관이 있다.

홍 소장은 그동안 한국의 교육이 좌뇌 위주 교육,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에 치우쳐 왔다고 말했다. 문제를 잘 풀어 시험을 잘 보고, 영어를 잘하도록 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주입식 교육을 했다는 거다. 그 폐해가 많다고 했다. 공부는 잘하지만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고 친구 등 가족 간 인간관계를 중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는 좌·우뇌의 능력을 함께 갖춘, 공부도 잘하면서 인성도 뛰어난 사람을 길러내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것이 좌뇌와 우뇌를 구분한 하나님의 섭리에도 맞닿는 것이라 생각했다.

홍 소장은 좌뇌 관련 교육은 3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만 3세가 되면 우뇌와 좌뇌가 각각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 전까지는 ‘좌뇌’라는 게 따로 없는 거죠. 아이들에게 조기 교육을 시킨답시고 영어를 가르치고, 무조건 책을 읽게 한다? 아이 망가뜨리는 지름길입니다. 우뇌를 자극해 풍부한 감성, 올바른 인성을 갖추도록 씨앗을 튼튼히 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뇌를 계발해야 하느냐고.

책을 읽어주고, 음악을 들려주고, 미술관에 데려가는 것 모두 좋은 우뇌 계발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비밀이 더 있다고 했다. ‘존댓말.’ 말을 배우는 그 순간부터 부모에게 존댓말을 쓰고 쓰지 않고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했다. 왜 존댓말일까.

“‘마음’과 ‘생각’을 통해 우뇌는 발달합니다. 존댓말과 부모를 공경하는 행동을 교육하고 훈련하면 존경하는 마음과 개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됩니다. 존경을 담은 말과 태도, 마음가짐을 계속해 나갈 때 우뇌는 가장 안정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것이죠.”

홍 소장이 우뇌 교육에 관여하고 있는 유치원은 전국 100여 곳. 모든 유치원은 존댓말과 부모 및 타인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적으로 가르친다.

존댓말과 함께 가정 내 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유치원에서 아무리 배려와 존댓말을 가르친다 해도 집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우뇌 능력을 일깨울 수 있는 행동을 가정에서부터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공부하라는 말보다 칭찬을, 윽박지르기보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줄 때 아이들의 우뇌가 발달하고 종합적 두뇌 능력 역시 배가될 수 있다.

“하나님은 인간의 뇌를 태어날 때 백지로 만드셨다고 합니다, 누구를 만나고, 그 안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사람은 영재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게 되는 거죠. 부모들이 종종 ‘자식, 참 마음대로 안 되네’라는 말을 하잖아요. 아이는 마음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키우는 겁니다.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한탄하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인 겁니다. 참고, 칭찬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달라집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재 키워내고파

학원 수학강사로 잘 나가던 그가 인간의 두뇌구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1990년대 초. 유아기에 두뇌를 균형 있게 발달시키지 않으면 계발할 기회가 없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연구 과정은 지난했다. 두뇌 관련 자료가 많지 않아 외국 원서를 번역하는 데 오래 걸렸고, 한 쪽에 3만원씩 드는 번역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연구에만 몰두하다 보니 아내에게 생활비를 가져다주는 날은 손으로 꼽을 지경이었다. 아내는 “그냥 학원 강사를 다시 하거나 유치원을 하지 뭘 그리 사서 고생이에요”라고 했지만 홍 소장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미안했죠. 돈도 못 가져다주는 못난 남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선교사와 결혼했다고 생각해 달라고요,”

그는 우뇌 계발 교육을 확산시키기 위해 홀로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의 진심과 열정이 시나브로 전달됐다. 100여개의 유치원이 그에게 문을 열었다. 이들 유치원에 소속된 1만 명의 아이들만 제대로 교육한다면 향후 이들이 우리나라를 책임질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

고민도 많았다. 3년 전, 홍 소장은 자신이 해오던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었다.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나간 새벽기도에서 그는 하나님의 큰 은혜를 경험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가 이끄시는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순종하는 믿음을 달라고 기도했죠. 또 제 50대를 온전히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다짐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만 50세가 된 뒤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뇌 교육’ 열풍이 불면서 방송과 신문 등에서 홍 소장을 찾기 시작한 것. 그가 쓴 ‘엄마가 1% 바뀌면 아이는 100% 바뀐다’ 등의 저서도 늦깎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놀라운 변화였다. 그는 느꼈다. ‘하나님께서 기도를 기억하시는구나.’

이후에도 그는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해 하나님 일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홍 소장은 “좌·우뇌 균형 잡힌 인재를 키우러 가야죠”라며 경기도 수원으로 승합차를 몰았다.

글 조국현 기자·사진 강민석 선임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