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신청했던 기업 대주단과 초유의 재협상… 삼부토건, 정부 압박에 태도 바꿔

입력 2011-04-13 21:34
채권단과 대출만기 협상 도중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했던 기업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1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금융회사들로 구성된 대주단은 전날 저녁부터 삼부토건과 담보 요구조건을 놓고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어제 금융당국에서 법정관리를 피하면 좋겠다는 의사가 전달됐다”고 말해 정부가 압박해 재협상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날 시내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다음 주 월요일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좋은 답’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런 정황을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대주단은 대출 만기 연장과 운영자금 추가 대출 등을 검토하고 삼부토건은 라마다르네상스호텔 등을 담보로 제공하라는 대주단의 요구에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IG건설에 이어 잇따라 국내 중견건설사들이 법정관리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함으로써 금융시장의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지난 12일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한국거래소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거래가 중지됐던 삼부토건이 정상적인 종목으로 복귀하게 돼 주식 투자자들만 골탕을 먹게 됐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로 직행하려는 것은 지난해 말 시한으로 일몰(폐지)된 기업구조조정촉진특별법의 부재 속에 채권단과 기업의 이기주의가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국회에 제출된 새로운 기촉법이 통과됐더라면 채권단 75%의 동의만으로도 워크아웃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는 자율협약을 통해야 하므로 채권단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 이번 협의 과정에서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 2금융권이 PF 대출만기 연장에 난색을 표명한 것도 법정관리 신청을 선택한 배경 중 하나다.

반면 기업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가 더 큰 목적일 것이라는 게 금융권과 정부의 공통된 해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가면 경영권 사수가 될 뿐아니라 채무재조정 등 채권단 요구사항들이 일거에 해소된다”고 말했다.

이동훈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