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제품 리뉴얼·업그레이드(가공 방법을 개선하거나 품질을 한 단계 올리는 것)라는 꼼수를 부려 가격을 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편법 가격 인상 의혹을 전면 조사할 방침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서울대 공대 총동창회 초청 조찬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일부 식음료업체가 제품을 리뉴얼이나 업그레이드를 한 뒤 가격을 올리는데 공정거래법 잣대를 갖고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인상 요인이 있다면 당연히 올려야겠지만 남용 행위나 불공정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 리뉴얼이 됐든 기존 제품의 가격 인상이 됐든 무리하거나 과도한 부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식품업계는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누르자 리뉴얼·업그레이드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올리기 효과를 보고 있다.
농심은 기존 신라면(개당 584원)보다 비싼 ‘신라면 블랙’(개당 1320원)을 15일부터 출시한다. 농심 측은 소뼈로 국물 맛을 내고 표고버섯 등을 넣어 명품을 표방했다고 말한다. 롯데제과는 ‘월드콘 오리지날’에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등 원재료를 고급화하고 중량을 늘린 ‘월드콘 XQ’를 최근 내놓았다. ‘월드콘 XQ’는 ‘월드콘 오리지날’보다 500원 더 비싼 2000원에 판매된다.
롯데삼강도 1A등급 파스퇴르 우유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 ‘구구콘 스타’를 ‘구구콘’보다 500원 더 비싼 가격(2000원)에 팔고 있다. 동서식품은 커피 생두 표면을 추가로 가공하는 공법을 사용해 원두커피 ‘맥스웰하우스’를 리뉴얼하고 용량에 따라 가격을 12∼27% 정도씩 올렸다.
식품업계는 꼼수라는 지적에 대해 건강에 관심 많은 소비자가 늘고 입맛이 빠르게 변해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등 가격을 유통업체가 정하는 ‘오픈 프라이스제’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가격 인상 책임을 식품업체에 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품업체의 출고가에 따라 유통업체도 가격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찬희 문수정 기자 chkim@kmib.co.kr
“식품값 인상 꼼수 리뉴얼·업그레이드 조사” 김동수 공정위원장 공정잣대 강조
입력 2011-04-13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