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경제 수정 전망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물가상승률을 3.9%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전망 때보다 0.4% 포인트 올렸다. 3.9%는 한은이 물가안정 목표로 삼은 3%±1%의 상한선(4%)의 턱밑이다. 한은이 연말도 아닌 연초부터 물가안정 목표 상한으로 물가 전망치를 수정한 것 자체가 통화정책 운용을 제대로 못해 왔다는 증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가 목표 상한선 근접=한은이 물가 전망을 대폭 올린 것은 국제유가 급등과 먹거리 가격 상승이 주 원인이다. 원유 도입단가로 지난해 12월 배럴당 87달러를 예상했지만 수정치는 105달러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한은이 새해 들어 4개월도 안돼 물가안정 목표의 상한까지 전망치를 올린 것은 통화정책이 선제적 대응에 실패한 방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경제동향연구팀장은 “이번 수정 전망은 지금까지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의지가 미흡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해에는 선제적 금리 인상을 못했고 올해 물가가 3개월 연속 4%를 넘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격월 금리 인상을 고집,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못 잡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안정 목표 자체도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은 2009년까지는 물가안정 목표를 3%±0.5%로 하다가 지난해부터 원활한 통화정책 운영을 위해 ±1%로 범위를 2배 확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가안정 변동 허용 폭을 확대하면서 물가 목표를 이 범위 안에만 들어가게끔 정책을 운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물가 전망을 3.9%로 제시한 것도 결국 물가안정 목표치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안정 목표를 염두에 두고 전망하진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한은은 지난해부터 물가 목표를 잡을 때 ‘3년 평균’에서 ‘연 단위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바꿨다. 연중 물가 수준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에서 지속적이고 중장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일시적인 공급 충격을 반영하는 농산물과 유류 등 품목을 제외한 물가상승률) 상승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은은 올해 근원인플레이션율을 종전의 3.1%에서 3.3%로 수정했다. 특히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올 하반기 3.6%로 상승,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같아진 뒤 내년에는 연간 3.6%를 기록, 소비자물가 상승률(3.4%)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어떤 점에서는 내년 물가 불안이 올해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성장률은 그대로=이날 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같은 수준인 4.5%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4.0%로 높였지만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5.0%에서 4.9%로 하향 조정됐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종전 전망치인 180억 달러보다 축소된 110억 달러로 예상했다. 상품수지는 세계교역 증가에 힘입어 흑자를 지속하겠지만 흑자 폭은 유가 급등으로 많이 축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업률은 종전 전망치보다 0.1% 포인트 높은 3.6%로 전망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한은 2011년 물가전망 3.9%로 상향… 통화정책 운용 失機 자인한 셈
입력 2011-04-14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