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사태를 바라보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서남표 총장이 책임을 지고 이쯤에서 사퇴하기를 바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카이스트 사태가 대학교육 전반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서 총장의 거취에 대한 교과부의 공식 입장은 “교과부가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 총장에 대한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지금 상황은 결국 서 총장이 스스로 사임하든가, 이사회에서 해임되든가 둘 중 하나의 선택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동안 서 총장이 추진했던 개혁에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지만 학교 운영 등 리더십에는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았다”면서 “서 총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과부 관계자는 “과학인재를 양성한다며 서 총장이 도입한 제도가 학생에게 준 스트레스는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교과부 감사 결과 카이스트가 23건의 행정 조치를 받고, 이 중 4건이 서 총장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과부가 지난해 7월 일방주의적 리더십을 문제 삼으며 서 총장 연임을 반대했던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교과부는 경쟁과 학생인권이라는 두 가지 놓칠 수 없는 목표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듯하다. 교과부 관계자는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일류대학에서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학생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공부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사태의 불똥이 대학 교육 전반의 관리·감독 문제로 확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다른 교과부 관계자는 “학생과 교수의 연이은 자살은 가슴 아픈 얘기지만 정부가 200개가 넘는 대학을 일일이 관리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대학 스스로 제도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웅빈 임세정 기자 imung@kmib.co.kr
[위기의 KAIST] 서남표 ‘버티기’ 언제까지… “사태 발생 유감이지만 개혁정책 탓만 아니다”
입력 2011-04-13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