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중국이 서태평양 해상에 첫 항공모함을 띄운다.
실전 투입엔 최소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나, 중국 항모의 출현은 수십년간 서태평양을 독보적으로 장악해 온 미국 해군의 작전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 주변 국가들의 잠수함 전력 확대 등 해군력 경쟁 유발요인이 되고 있다.
◇미 태평양 함대에 도전=로버트 윌러드 미 태평양사령관은 12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그’(Varyag·발틱해의 전사들)가 올 여름에 시험운항을 할 것”이라며 “바랴그가 투입되면 역내에서의 힘의 균형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바랴그호의 중국 이름은 ‘스랑’(施琅·청나라 수군 장수로 대만을 수복한 인물)이다.
윌러드 사령관은 “중국 해군력이 근래 들어 눈에 띄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 영유권 주장 지역을 중심으로 해군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항모 출현은 서태평양에서의 미 제해권에 대한 도전이다. 중국으로선 1940년대 국민당 정부가 항모 건조 계획을 세운 뒤 70년 만의 대양해군 숙원이 실현된 것이기도 하다.
5개 항모 전단으로 구성된 미국 태평양 함대는 그동안 완벽하게 서태평양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중국 항모가 본격 투입될 경우 태평양 함대의 작전 반경은 영향을 받게 된다. 최근 수년간 중국 잠수함 등이 미 해군 함대를 몰래 추적하는 사례도 있었다.
윌러드 사령관은 “다만 중국이 항공모함을 실전에 투입하기 전 오랜 기간 훈련과 연습 등이 필요해 당장은 상징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작전범위는 세계해양=중국은 2009년 해군 전략 개념을 ‘근거리 해역 방어’에서 ‘원양 해양 방어’로 바꾸고 작전범위를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넓혀가고 있다. 2020년까지는 북태평양을, 2050년까지는 전 세계를 작전범위 안에 두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해군력 증가로 인한 해상 영향력 확대는 주변국들의 해군력 증강을 자극하고 있다. 윌러드 사령관은 “중국 해군력이 급팽창하고 있다”며 “재래식 및 핵추진 잠수함을 늘리고 있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등 아·태 지역 국가들이 최근 잠수함 전력을 확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항모가 배치되면 이지스함, 구축함, 핵잠수함 등이 포함된 항모 전단이 함께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 항모가 서해에 진입하면 거의 한반도 전역이 항모 함재기의 작전반경 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바랴그의 작전반경은 500∼800㎞ 정도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바랴그호=1988년 우크라이나의 니콜라예프 조선소에서 건조가 시작된 항모이다. 1992년 소련 붕괴 이후 한동안 미완성 상태였다. 98년 상업적 용도 조건으로 2000만 달러에 중국에 매각됐다. 당시 터키가 바랴그의 보스포루스 해협 통과를 거부해 2002년 3월에야 중국에 인도됐다. 이후 다롄(大連) 조선소에서 엔진과 관련 장비, 전기 설비가 그대로 남아 있는 바랴그의 개조작업이 진행됐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
中 항모 뜬다 긴장의 서태평양… 바랴그호 여름 시험운항
입력 2011-04-13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