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장애로 인한 농협 금융거래 마비는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은행의 금융 전산망이 1박2일 이상 정지되는 ‘전산대란’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씨티은행의 전산센터가 이상 한파로 침수돼 이틀간 영향을 받은 적이 있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여서 이번 사태와는 차이가 있다.
농협은 장애발생 이후 19시간30분 만인 13일 낮 12시35분에야 창구 입·출금, 예·적금 거래, 여신상환, 무통장 입금, 외화환전, 농협카드를 이용한 타행 자동화기기(ATM) 현금 입·출금, 주택청약, 신용카드를 이용한 통장 출금을 겨우 정상화시켰다. 과거 동일한 전산 장애 발생 시 타행의 경우 2∼3시간 만에 복구한 것과 대비된다.
농협 측은 “전국 5000여개 지점의 데이터량이 워낙 많아 복구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농협이 2004년 이후 전산 서비스를 아웃소싱하면서 대응 능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금융기관으로서는 용납키 어려운 대형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단순 전산 장애로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 시중은행 전산 담당 관계자는 “농협의 설명대로 운영 시스템(OS)을 다시 설치하는 정도라면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서 “데이터(DB) 백업 실패 등으로 자료가 대부분 유실되면서 일일이 수기로 거래 기록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농협 전산망이 해킹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중계서버 운영 시스템(OS)과 주요 파일이 연쇄적으로 삭제돼 나간 것이 바이러스 침투나 해킹에 의한 것인지, 혹은 단순 실수에 의한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객 피해도 막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고객의 가계·당좌수표 등의 부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도 이날 고객피해센터를 설치하고 영업점으로부터 피해사례 접수에 나섰다. 가계·당좌수표 부도 우려에 대해서는 예탁결제원에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등 고객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고객피해센터에는 이날만 수백건의 피해사례가 신고됐고, 영업점에도 고객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피해 사실을 고객이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보상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농협 관계자는 “아직은 사고 수습 및 복구에 주력하고 있어 자세한 피해 규모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고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보상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농협 전산망 불통… 고객들 피해 보상 싸고 논란 일 듯
입력 2011-04-13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