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한글 번역본 오류에 이어 영문본에서도 주요 법령 내용이 일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체국의 상업용 우편 업무 독점(신서 독점)의 예외로 민간 개방이 가능한 경우를 규정하면서 일부 내용을 빠뜨려 DHL 등 외국계 민간 회사가 국내 상업용 우편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돼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와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한·EU FTA 우리나라 측 서비스 양허표는 ‘편지나 상업용 서류(신서)의 수집과 배달은 우체국이 독점토록 한다’는 점을 약속하는 대신 우편법 시행령 3조에 따라 민간에 개방하는 예외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영문본 양허표의 예외규정(II.2.B.note 17)을 한글로 번역하면 “우편법 시행령 3조에 따라 상업용 서류 배달 서비스를 민간 회사에 허용하는데, 허용 가능한 서비스는 화물에 첨부하는 봉하지 아니한 첨장 또는 송장, 수출입에 관한 서류, 외자 또는 기술 도입에 관한 서류, 외국환 또는 외국환에 관한 서류를 포함한다”고 표현돼 있다.
그러나 우리 우편법 시행령 3조에는 양허표에 나열된 허용 가능한 서비스들 앞에 ‘외국과 수발하는(주고받는)’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해외에 보내거나 해외에서 받을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제한한 것이다. 또 ‘국내에서 회사의 본점과 지점 간 또는 지점 상호 간에 수발하는 우편물로서 발송 후 12시간 이내에 배달이 요구되는 상업용 서류’로 국내 우편 업무의 개방에 대한 별도 규정도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아예 양허표에서 빠져 있다.
송 변호사는 “우리 법은 상업용 서류를 국제 송달과 아주 제한적인 국내 서류만 가능토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데 한·EU FTA 영문본은 이런 규정을 빠뜨렸다”면서 “이대로는 DHL이나 UPS 등 외국 민간 회사가 국내 상업용 서류까지 취급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을 이날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법안소위에도 전달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이에 대해 양허표에서 ‘우편법 시행령 3조’를 명시하고 있어 실제 적용 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한-EU FTA 영문본에 우편업무 단서조항 누락… DHL 등 외국 민간회사에 ‘상업용 우편’ 개방 오해 소지
입력 2011-04-13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