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학점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대학의 핵심이자 기본이다. 개혁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생겼다고 해서 전체가 잘못됐다고 몰아갈 수는 없다.” 백성기 포스텍(포항공대) 총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카이스트 재학생들의 연쇄자살 사건이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개혁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카이스트와 비교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경쟁대학인 포스텍 총장의 말이라 눈길을 끈다.
백 총장의 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남표식 개혁’ 외에는 대안이 없는 듯 외치다가 문제가 생기니까 돌연 입장을 바꾸는 교육과학기술부, 마구잡이로 흔드는 야당, 손쉽게 사람을 갈아치우려는 여론 등 우리사회의 경박함을 지적한 발언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영어수업 확대, 정년보장(테뉴어) 교수 심사강화, 학사운영방식 강화 등 서 총장의 개혁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카이스트는 학사운영 개선안 번복 해프닝을 연출하고 있으나 큰 틀에서 개혁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방향이 올바른 데도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원칙을 바꾼다면 카이스트는 앞으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다만 세부 항목에 있어서는 제기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예컨대 전 과목 영어 강의나 ‘징벌적’ 성격을 강조한 차등적 수업료 제도의 보완은 불가피해 보인다.
영어가 세계 통용어이긴 하지만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제도와 점진적 강의가 모두 필요할 것이다. 입학 후 2학기 동안 학사경고를 면제해 주는 방안은 코미디처럼 보인다. 학문경쟁이 생명인 대학에서 학사경고를 없앤다는 것은 경쟁의 대원칙을 훼손하는 방안이다. 서 총장은 소통 역량을 넓혀야 한다. 우리사회가 서남표식 개혁을 적극 지지했다는 사실을 좀 더 포괄적으로 이해해 줄 것을 당부한다. 오로지 국제적인 것만을 추구하면 그것이 독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사설] 카이스트, 후유증 딛고 개혁 추진해야
입력 2011-04-13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