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에 내정됐다가 논란 끝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한가람고 이옥식(53·여) 교장은 13일 “교육과학기술부에 사퇴하겠다고 말하고 나서 최근 들어 처음으로 발을 뻗고 잤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본부장에 내정됐으나 8일 만인 12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교내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꼭 가고 싶던 자리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며 “내가 본부장에 내정되지 않았다면 시교육청 감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라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 교장이 교과부 1급 본부장에 내정된 사실이 지난 7일 보도되면서 최근 시교육청이 실시한 학생부 감사 결과 한가람고가 학교생활기록부를 가장 많이 고친 학교라는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학교 실명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한가람고는 ‘학생부를 조작해 학생을 대학에 부정입학시킨 학교’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 교장은 그러나 현장과 맞지 않게 지침을 해석한 시교육청을 강하게 비판했다.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및 관리지침에는 ‘학생부에 자료를 입력하거나 정정하는 업무는 당해 업무를 담당하는 사용자’로 명시돼 있다. ‘사용자’는 ‘학교장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이 교장은 “현재 3학년 학생의 2학년 때 특기사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2학년 때 담임교사나 교과 교사”라며 “학교장으로서 고3 담임이 아닌 해당연도의 교사에게 누락된 사항을 채워 넣게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업무 처리”라고 말했다. 또 “특정연도의 특기사항에 대해 그 다음해에 입력할 수 없도록 훈령이 개정된 것은 올해 2월”이라며 “개정 훈령에 따르면 2년 전의 특기사항을 지난해 입력한 것은 적발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생부 감사는 자사고나 특목고에 대한 표적감사이며 결과가 완전히 조작됐다는 것이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며 “교과부 본부장 자리에 아쉬움은 없지만 시교육청의 잘못된 감사에 대해서는 꼭 사과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익대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하고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행정을 공부한 이 교장은 1980년부터 수학교사로 현장에 뛰어들었다. 1991년부터 영등포여상 교장을 맡았고 한가람고에는 1997년 설립 당시 교장으로 부임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 학생에게 맞추는 교육’을 강조하는 이 교장은 한가람고에서 교과교실제, 계절학기제, 학점제 등의 개혁을 시도했다. 교사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교장실도 없앴다. 이런 이력 때문에 이 교장에게 교과부 학교교육지원본부장을 권한 사람들이 많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교과부 본부장 내정 8일 만에 물러난 이옥식 한가람고 교장 “서울시교육청 학생부 감사는 엉터리”
입력 2011-04-13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