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회루 주변에 늘어선 버드나무에 물이 올랐다. 봄이 중천에 올랐다는 신호다. 버드나무는 물을 끼고 있으니 그 푸른 잎에서 물빛이 풍긴다. 김득신의 그림 ‘귀거래도’에 나오고, 국보 113호 ‘화청자양류문통형병’에는 간결하고 세련된 버드나무 디자인이 그려져 있다.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로맨스도 있다. 우물가에서 만난 처녀가 물잔에 버들잎을 띄워 올리니 그 태도를 기이하게 여겨 결혼했다고 한다. 급히 마시는 물에 체하지 않게 배려한 것이다. 이후 버드나무는 궁궐의 사랑 속에 사생활을 보호하는 방편으로 활용됐다.
우리 땅에 사는 버드나무는 30여종에 이른다. 쉽게 접하는 것이 능수버들과 수양버들, 왕버들이다. 능수와 수양은 고향이 우리나라와 중국이라는 차이뿐 겉모습은 거의 같다. 김소월의 시 ‘실버들’에 나오는, 천만사(千萬絲) 머리를 풀어 헤친 나무다. 경북 청송의 주산지에 허리를 담근 채 사진가들을 즐겨 맞는 나무가 왕버들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고궁의 사계] 실버들 천만사 늘여놓고
입력 2011-04-13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