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서울변호사회의 기득권 싸움

입력 2011-04-13 17:39
요즘 밥그릇 챙기기의 대명사는 변호사다. 제 밥그릇 지키기는 물론이고 남의 밥그릇마저 빼앗으려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일자리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내년에 로스쿨 1기 졸업생 중 시험에 합격한 1500명과 사법연수원생 수료자 1000명 등 모두 2500명의 신규 변호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에 변호사 직역 확대만큼 효율적인 것도 없겠다. 영역을 넓힐수록 새 밥그릇이 만들어지니 취업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건 당연지사. 그런데 영역 확장에도 정도란 게 있는데 물불 안 가린다. 기업체를 넘보고 경찰서를 기웃거리고 관공서를 탐하는 지경까지 왔다. 기업 돈과 국민 혈세를 내놓으라는 것과 진배없다.

변호사 일자리 늘리기의 대표적인 게 준법지원인 제도다.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 공포안이 의결되자 변호사 업계는 화색이 돌았다. 청와대가 내년 4월 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보완책을 시행령에 담겠다고 했지만 변호사 업계로서는 대단한 성공이다. 시행령을 만드는 주무부처도 ‘법조3륜 집안’인 법무부라서 든든한 후원군이 될 터이니.

변협의 집단이기주의는 여기서 머물지 않았다. 전국 248개 일선 경찰서마다 변호사 1명씩을 법률담당관으로 특별 채용해 달라고 최근 경찰청에 요청했는가 하면 전국 시·군·구청 228곳에 상근 변호사를 두는 제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근데 왜 쉬운 길로 가지 않았을까. 제 식구들이 즐비한 국회 법사위에 민원해 상법 개정안처럼 경찰·관공서의 변호사 고용 의무화 법안을 만들면 얼마나 간단한가.

이처럼 밥그릇 챙기기에 이골이 나서 그런지 그들만의 리그에서도 자기들끼리 기득권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한심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세대 간 내홍이 그것이다.

서울변회는 지난 11일 임시총회에서 선거규칙을 개정, 회장 입후보 자격을 법조 경력 10년 이상, 변호사 개업 경력 5년 이상인 자로 제한했다. 지난 1월 회장 선거에서 나승철(34) 변호사가 당선자 오욱환(51) 변호사와 박빙의 대결을 벌이자 위기의식을 느낀 중·장년 변호사들이 아예 규정을 뜯어고친 것이다. 이에 반발한 청년 변호사들은 개정 규칙 무효 확인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부끄러움이 없는 듯하다. 변호사 업계의 특권의식, 그리고 변호사들끼리의 이전투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닐 게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정한 법률가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