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그레이 미 워싱턴DC 시장이 11일 오후 의사당 옆 인도에서 시의회 의장단, 지지자 300여명과 함께 연방정부의 예산 대폭 삭감에 항의, 보도를 무단 점거해 연좌데모를 하다가 의회 경찰에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돼 7시간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그레이 시장을 비롯해 시위자 41명이 연행됐고 이들에게는 50달러씩 벌금이 물려질 것이라고 한다. 미 경찰은 몇 년 전에도 워싱턴DC 수단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폴리스라인(경찰 저지선)을 넘은 미 연방 하원의원 5명을 수갑을 채워 즉각 연행했다.
미 경찰이 수갑까지 채워 체포, 연행한 인물은 집권 민주당 소속 수도 시장이다. 그레이 시장 일행은 자동차나 행인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도 않았고 경찰과 대치하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보도에 앉아 자신의 주장을 밝혔을 뿐이다. 몇 년 전 경찰에 강제 연행된 미 하원의원들도 집권 민주당 소속이었다. 그 가운데는 원내 수석부총무도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공권력에 대한 깊은 인식 차이를 느낀다.
공권력은 국가를 지탱하는 힘이고 민생 현장에서 경찰의 공무집행을 통해 나타난다. 그럼에도 국회의원과 정당, 시민단체, 종교단체 구성원들이 벌이는 불법 폭력시위 현장에서 우리나라 공권력이 권위를 잃고 여지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수없이 보아왔다. 오히려 진압 경찰관들이 무장 해제를 당해 다치거나 죄인 취급을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또 경찰이 불법 폭력시위자들에게 해산을 간청하거나 이들이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가두행진을 할 때 안내하는 일까지 있었다.
미국 경찰이 불법 시위대에 그토록 강력한 힘을 갖는 것은 법치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우리 경찰은 주구 노릇을 했고 그 원죄 때문에 지금도 공권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정권의 경찰이 아닌 국민의 경찰로 공권력 집행에 장·차관, 국회의원, 종교인, 시민운동가, 교수, 언론인 그 누구도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미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을 배우자.
[사설] 美 경찰의 엄정한 법집행 배우자
입력 2011-04-13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