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그릇들

입력 2011-04-13 16:26





그릇들

박규숙(시인·하남중학교 선생님)









산꼭대기에도 돌이 있고

바닷가에도 돌이 있다

길가에도 돌이 있고

정원에도 돌이 있다

바스라져 흙이 된 돌도 있고

저 혼자 산이 되어 버린 돌도 있다

시멘트와 섞여 집이 된 돌도 있고

물수제비 떠져 강을 채우는 돌도 있다

모래가 되어 사막을 이루고 사는 돌도 있고

얼음 밑에서 빙산으로 사는 돌도 있다

받침 위에 올려진 보석 같은 돌도 있고

발끝에 체이는 억울한 돌도 있다

다 같은 돌이지만

다 각기 다른 자리

이유 없이 그냥 거기 놓여진 돌은 없다

이유를 모르는 것일 뿐이니

의미를 따지지 말 것

비교하지 말 것

놓여진 자리에 감사하고

거기 충만할 것!





2011.4.12-13 새벽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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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45:9) 질그릇 조각 중 한 조각 같은 자가 자기를 지으신 자로 더불어 다툴찐대 화 있을찐저 진흙이 토기장이를 대하여 너는 무엇을 만드느뇨 할 수 있겠으며 너의 만든 것이 너를 가리켜 그는 손이 없다 할 수 있겠느뇨

(예레미야 18:4) 진흙으로 만든 그릇이 토기장이의 손에서 파상하매 그가 그것으로 자기 의견에 선한 대로 다른 그릇을 만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