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원예박람회 개막 앞둔 中 시안… 유적 뒤덮인 古都 ‘꽃들의 군무’가 펼쳐진다

입력 2011-04-13 17:50

‘서유라마 동유장안(西有羅馬 東有長安·서쪽에 로마가 있고 동쪽에 장안이 있다)’.

이 여덟 글자에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옛 장안)의 위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관중평야 한가운데 자리잡은 시안은 도시 자체가 거대한 유적지다. 서주(BC221∼207), 서한(BC206∼AD25), 수(581∼618), 당(618∼907) 등 13개 왕조가 이곳에 도읍을 정했다. 시안은 1100여년 동안 한족 문화의 중심지였다. 동서양 문물이 오갔던 실크로드의 기점 도시이기도 하다.

이렇게 웅숭깊은 고도가 한껏 들떠 있다. 2011세계원예박람회 개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색창연한 유물들과 형형색색의 꽃들을 함께 만나 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꽃과의 만남=2011시안세계원예박람회는 오는 28일 개막해 10월 22일까지 시안 찬바 생태구에서 열린다. 박람회 전시구 면적은 여의도의 절반에 달하는 418㏊. 178일 동안 행사가 진행되므로 계절에 맞춰 갖가지 꽃들이 5번 교체된다.

시안 인민정부 관계자는 “박람회장에는 세계 각국의 풍경이 꽃과 함께 조경된 109개의 옥외 전시단지가 있다”며 “연인원 120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34개 국가관 중에는 한국관인 애련정(愛蓮亭)도 있다. 전남 순천시의 도움을 받아 만든 정자 앞엔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랜드마크인 장안탑에 오르면 곱게 꽃단장한 박람회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13층인 장안탑은 높이 99m로 수·당 시기 정방형 고대탑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장안탑 내부에는 동마차, 병마용, 서예, 그림 등 각종 고대 유물과 현대 예술 작품이 전시된다.

꽃멀미가 나면 희귀 동물들로 눈길을 돌려보자. 박람회장에는 친링(秦領)의 4가지 보배로 통하는 팬더, 따오기, 들창코 원숭이, 타킨 등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귀여움을 듬뿍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물과의 만남=중원은 끊임없이 유물들을 토해 낸다. 가장 유명한 유물은 역시 진시황릉 병마용갱이다. 동서로 230m, 남북으로 62m에 이르는 1호갱에 들어서니 실제 사람 크기의 기병, 보병, 말 도용이 늠름한 모습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영화 ‘미이라 3 : 황제의 무덤’에서처럼 금방이라도 꿈틀거리며 살아나 침입자들에게 달려들 태세였다. 선봉에 선 병용들은 투구가 없었고 갑옷도 입고 있지 않았다. 적의 예봉을 꺾기 위한 죽음의 결사대이기 때문이다. 1호갱에는 모두 6000여개의 병마용이 있다. 1호갱 끝자락에선 발굴팀이 조각난 병마용을 마치 퍼즐 맞추듯 복원하고 있었다. 돌격부대인 2호갱에선 궁노병과 전차병 등이 발굴됐다. 3호갱은 전차와 병용으로 보아 지휘부로 추정된다. 병마용갱은 현재 7호갱까지 발견됐다.

진나라의 혹독한 법령 때문에 양산된 범죄자 70여만명이 지었다는 진시황릉. 그들은 죽기 전엔 노역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공사 후엔 모두 생매장됐다고 한다.

전한(前漢) 제4대 황제 경제(景帝)의 무덤인 한양릉에 들어가니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미니 병용들이 벌거벗은 채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실제 크기의 4분의 1로 축소돼 만들어진 병용들은 원래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옷이 삭아 없어진 바람에 그만 성기를 드러내고 만 것. 눈여겨볼 것은 역시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소, 돼지, 개, 양 등 가축이다. 하나같이 배가 볼록하다. 임신한 것이다. 저승에 가서 새끼를 낳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시안 시내에 있는 산시성역사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37만여점의 유물이 선사시대부터 시작해 주, 진, 한, 위진남북조, 수, 당, 송, 원, 명, 청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역사를 보여 준다.

부부나 연인은 ‘장한가(長恨歌)’를 꼭 봐야 한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비련을 다룬 ‘장한가’는 대형 무용극으로 명감독 장이머우가 연출했다. 온천 명승지인 화청지의 뒷산 한 면 전체가 세트장이다. 화려한 의상, 와이어 액션, 현란한 무용, 애잔한 선율이 어우러진 무대는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막이 내리면 평소 데면데면했던 부부들도 손을 잡은 채 좌석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어떤 도시가 시안처럼 꽃과 유물 그리고 예술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 줄 수 있을까? 시안은 관광하러 갔다가 감탄하는 곳이었다.

시안(중국)=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