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 바울아!”
예수님이 사도 바울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면서 꼭 하시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주님은 세상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맞이하면서 이렇게 “수고했다”며
토닥이고 싶으실 것이다.
그런데 한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과연 훗날, 그분 앞에 섰을 때
주님은 팔 벌려 나를 환영해주실까.
사도 바울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바울’이 서울 대학로 스타시티 SM스테이지에서 공연 중이다. “수고했다. 바울아”는 뮤지컬 마지막 장면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최근 열린 ‘바울’ 기자간담회에서 연출가 김성진씨는 “이 작품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이라며 “마지막 장면은 후에 나도 저런 모습이고 싶은 바람에서 애정을 갖고 연출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바울’은 로마서, 고린도전후서, 데살로니가전후서 등 신약성경 27권 중 13권이 바울에 의해 쓰여진 걸 보고 바울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디모데가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90분 동안 바울은 누구였고, 어떻게 전도자가 됐는지, 또 복음을 위해 그는 어떤 일을 했는지를 뮤지컬 장르에 맞게 노래와 춤으로 보여준다.
청년 사울은 군중을 선동해 스데반을 처형시키고, 엘루마와 함께 그리스도인들을 잡으러 다메섹으로 향한다.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둘은 이미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님을 만난다. ‘생명의 물’을 건네받은 사울은 회심해 “이제부터 내 이름은 바울”이라고 고백하며 전도자로 살 것을 결심한다. 그러나 엘루마는 바울을 저주하며 떠난다.
엘루마는 작가가 바울의 대척점으로 그려냈다. 동료로 출발한 두 사람이 함께 예수님을 만나지만 한 사람은 전도자로, 다른 한 사람은 그를 쫓는다. 엘루마는 바울의 뒤를 쫓고, 결국 그를 죽이는 인물로 나온다.
사도 바울은 작품에서 걷고 또 걷는다. 디모데의 입을 빌려 그가 걸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리는 약 1만7000㎞. 전도여행 중 루스드라에서 앉은뱅이 디모데를 만나 그를 일으켜 세우고, 귀신 들린 소녀를 만나 귀신을 내쫓는다. 때론 엘루마에게 폭행을 당하고, 빌립보 감옥에 갇혀 매를 맞기도 하지만 그는 오로지 복음을 향한 열정으로 길을 걸었다.
‘바울’은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의 주요 제작진인 최무열 대표와 유혜정 작가, 차경찬 작곡가가 다시 한번 손을 맞잡고 올린 작품이다. ‘마리아 마리아’는 한국뮤지컬 대상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한 4개 부문 수상과 국내 처음으로 뉴욕 브로드웨이 초청공연의 쾌거를 이뤄낸 작품이다. 최 대표는 이번 ‘바울’을 위해 MJ컴퍼니를 세우고 직접 배우들을 뽑아 작품에 투입했다. 특히 1년 동안 ‘바울’을 비롯, 네 개의 작품을 기독교 문화 콘텐츠로 제작해 올릴 계획이다.
최 대표는 “두 발로 1만7000㎞를 걸어 전도했던 바울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신앙 여정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999년 ‘기쁜소식’이란 제목으로 이 작품을 쓴 유 작가는 “하는 일이 많을수록 교만해지는 게 인간인데, 바울은 가혹한 폭행을 당하고도 다음날 짐을 챙겨 또다시 길을 떠나는 등 오히려 자신을 더욱 낮추었다”며 “우리 시대 사표 같은 분으로 바울을 재조명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바울’은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기념해 지난 8일 처음 막을 올렸다. 이 작품은 6월 5일까지 계속된다. 평일에는 8시, 토요일과 일요일은 각각 3·7시에 공연하고 월요일은 쉰다(02-468-6443).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바울의 1만7000㎞ 전도여정, 뮤지컬로 좇다… 뮤지컬 ‘바울’
입력 2011-04-13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