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49·사진)의 무대는 세계다. 이탈리아 ‘황금기러기상’ 대한민국 ‘문화훈장’ 프랑스 비평가 선정 ‘그랑 팔미에상’ 미국 ‘그래미상’ 등 그가 받은 상들만 해도 국적이 여럿이다. 1986년 이탈리아 트레이스테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 질다 역으로 데뷔한 그는 25년 동안 무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하루는 로마, 다음날은 토론토, 그 다음날은 도쿄…. 세계를 무대로 삼다 보니 그는 짐 싸는 데는 “도가 텄다”고 했다.
11일 이탈리아 로마에 머물고 있는 조수미를 유선상으로 만났다. 숨이 고르지 못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그는 “내일(12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독창회가 있어서 짐 싸고 있다. 짐 싸는 게 일이다”고 말했다.
지난 3일간 로마에 있었다는 그는 토론토에서 공연한 뒤 러시아 모스크바에 가서 영화음악을 녹음하고, 모로코로 날아가 독창회를 연다고 했다. 숨 가쁜 일정에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이곳저곳 다니는 생활이 너무 익숙하다. 덕분에 공항 마일리지는 엄청 쌓였다”며 웃었다.
그는 서울에는 이달 말쯤 올 예정이다. 다음달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세계 무대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갖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세계 최고 고음악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오브 에이션트 뮤직(AAM)’과의 협연으로 웅장한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들려줄 예정이다.
“바로크 음악을 알레르기처럼 싫어했어요. 저랑 안 맞고 상관없는 음악이라 생각해 왔죠. 저는 고음에다가 기교를 많이 넣고 표현을 자유스럽게 하는 음악을 선호했죠. 반면 바로크는 음역이 낮고 기교는 절제된 스타일이죠. 저와 스타일이 반대여서 (공연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요.”
클래식계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그는 영화 OST, 유명 뮤지컬 곡으로 구성된 크로스 오버 앨범 등을 통해 오페라 대중화에도 앞장서 왔다. 최근 오페라가 대중화되는 현상을 어떻게 생각할까.
“환영할 일이죠. 다만 클래식이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현상은 우려됩니다. 성악은 사람의 목소리로 영혼을 울려서 나오는 소리여서 단기간에 꾸며낼 수 없거든요. 수십년 동안 발성을 공부하고, 술 담배는 못하는 등 생활 자체가 노래를 위해서 짜여진 삶을 살아요. 진지한 노력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5월 6일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 여는 소프라노 조수미… “웅장한 바로크 음악에 도전합니다”
입력 2011-04-12 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