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24시간 돌아가는 CJ그룹의 中 요성공장
바이오사업은 생소한 분야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 CJ제일제당은 잘 알지만 CJ제일제당의 최대 수익창출원이 바이오사업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옥수수에서 아미노산을 추출해 조미료(핵산)와 가축사료(라이신)를 만드는 바이오사업은 CJ제일제당의 핵심 사업이다.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사업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 요성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쉼 없이 돌아가는 발효 공장의 24시간=지난 7일 중국 산둥성에 있는 CJ제일제당 요성공장. 40만㎡(약 12만평) 규모 공장 곳곳의 크고 작은 탱크에서는 옥수수에서 추출된 균이 발효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이나 간장이 발효되는 것과 비슷한 냄새가 공장에서 퍼져 나왔다.
옥수수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을 뽑아내 핵산과 라이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발효과정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 8∼9일 정도 철저히 통제된 시설에서 발효과정을 거친 뒤 핵산과 라이신이 생산된다. 3ℓ가량 되는 발효탱크 안에서 이틀 정도 1차 발효가 이뤄지면 더 큰 발효탱크로 옥수수 추출물이 옮겨진다. 거기서 이틀 더 발효된 뒤 약 400㎘ 규모의 대형 발효탱크에서 2∼3일 최종 발효된 원액은 정제과정을 거쳐 각각 핵산과 라이신으로 탈바꿈된다.
모든 과정은 자동화돼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통제실에서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혹시라도 발효탱크에 불필요한 균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4시간마다 오염 여부를 확인한다. 주재원은 윤덕병 법인장을 포함해 13명에 불과하다. 815명의 현지인 직원들이 3교대로 일을 하면서 CJ제일제당의 핵심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현지인 직원들은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었고, 틈틈이 한국어를 배우며 CJ제일제당의 기업 문화도 익혀가고 있었다.
요성공장 최영훈 재무팀장은 “주재원들이 현지인들을 단순히 직원으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멘토의 역할까지 해 주고 있다”며 “서로 마음을 열고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현지인 직원들의 열정과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사업은 차세대 캐시카우”=CJ제일제당의 지난해 바이오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0.8% 늘어난 1조683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4334억원에 불과했던 바이오사업 매출이 4년 만에 2.5배 가까이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더욱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778억원으로 2009년(1118억원)보다 59.0%, 2008년(540억원)보다 3.3배 이상 늘었다. 바이오사업은 CJ제일제당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부문이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이 처음부터 잘됐던 것은 아니다. 1964년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어 77년 김포공장, 88년 인도네시아 파수루안공장, 95년 인도네시아 좀방공장, 2005년 중국 요성공장, 2007년 브라질 피라시카바공장까지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도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CJ제일제당의 미운 오리새끼였던 바이오사업이 백조로 거듭난 것은 2008년 무렵부터다. 식품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선점한 것이 그해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앞선 기술력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경쟁력에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 주효했다. 바이오사업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성과를 올리면서 전체 바이오사업의 매출이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뛰었다.
홀대받던 바이오사업은 지난해 말 기준 CJ제일제당 총매출의 16.4%, 영업이익의 33.3%를 차지하면서 기업의 ‘캐시카우(Cash Cow·수입창출원)’로 떠올랐다.
CJ제일제당의 핵산은 세계 조미료 시장(규모 5억 달러)의 32%를 차지하며 조미료 업계 선두주자였던 일본 기업 아지노모도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라이신은 세계 사료용 아미노산 시장(규모 25억 달러)에서 3위(점유율 20%)다. CJ제일제당은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라면 2013년 중국의 GBT사와 일본의 아지노모도를 제치고 수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료 총괄 김철하 부사장은 “국제 곡물가 영향을 크게 받는 소재식품이나 내수시장의 포화로 성장이 더딘 가공식품에 비해 해외 바이오사업은 매년 20%가량씩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세계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ey Word : 바이오산업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각종 유용한 물질을 공업적으로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 바이오산업은 MSG, 핵산, 발효식품, 건강기능소재 등 바이오식품을 생산하는 분야와 라이신, 비료 등을 만드는 생물농업 분야, 환경처리소재 등을 생산하는 생물환경 분야 등으로 나뉜다.
요성(중국)=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애먹이던 바이오사업, 中 시장 선점으로 ‘캐시카우’ 됐다
입력 2011-04-12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