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12일 T-50 고등훈련기를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를 계기로 수출 문턱에서 여러 차례 좌절됐던 T-50 수출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이날 오후 자카르타에 가 있는 KAI 수출본부장에게 KAI가 훈련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내용의 위닝레터(winning letter)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따라 양측은 T-50의 정확한 판매가격 등 구체적인 사항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게 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8월 T-50, 러시아 야크-130, 체코 L-159B 등 3개 기종을 후보로 선정한 뒤 심사를 벌여왔다.
T-50 수출이 성사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 여섯 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이 된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스라엘 미국 폴란드 인도와의 협상은 물론 이탈리아 M-346과의 경쟁에 밀려 탈락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고등훈련기 수주도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이 13년간 2조원을 들여 공동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 ‘골든이글’은 국내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로 우수한 기동성과 비행 안전성으로 기능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가격이 경쟁 기종보다 비싸 번번이 고배를 들었다. KAI는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에서는 가격을 상당히 낮춰 입찰에 응했다.
정부는 그동안 이번 협상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T-50을 비롯한 양국 방산협력 강화 합의를 끌어냈고, 올 2월에는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방한해 경남 사천 T-50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국정원의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이 발생해 악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두 정상의 우의 등으로 고비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T-50을 수출하더라도 이익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T-50 16대를 4억 달러에 구매할 예정이다. 대당 2500만 달러지만 2년치 수리부속 비용을 KAI가 부담해야 해 사실상 2000만 달러에 수출하는 셈이다. 게다가 몇 대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하고 있어 추가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록히드마틴에도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 하지만 계약이 성사될 경우 고등훈련기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한편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번 협상과 관련, 일각에서 제기된 인도네시아 수송기 CN-235 4대 맞구매 요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인도네시아, T-50 우선협상자에 선정 “印尼 찍고 훈련기 최대시장 미국으로”
입력 2011-04-12 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