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압수수색… 총수 일가 수백억 비자금 포착

입력 2011-04-12 18:37

검찰이 금호석유화학 총수 일가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본사와 거래처 여러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금호그룹 3세들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갖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를 받았는지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차맹기)는 12일 오전 9시쯤 검찰 수사관 20여명을 서울 신문로 금호석유화학 본사에 보내 회계장부와 회계파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 등 상자 13개 분량의 자료를 압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금호석화가 하청업체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과다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수십억∼수백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관련 거래처 여러 곳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금호석화는 2009년 매출 2조8016억원 중 2675억원(9.55%)을 금호타이어(1695억원) 금호피앤비화학(568억) 금호미쓰이화학(157억원)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였다. 검찰은 이들 계열사가 거래 비중이 높은 하청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거나 거래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조성된 비자금이 금호석화 총수 일가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찬구 회장이 서울시내에서 열린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 총회 참석차 집무실을 비운 사이 압수수색을 한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특히 박 회장 부자가 금호석화 주식을 사고 팔기를 반복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 부자는 2009년 6월 15일부터 금호석화 주식을 대량 매집하기 시작, 불과 18일 만에 163만주가량을 사들였다. 이를 견제한 박삼구 금호그룹 명예회장이 다시 지분 확보에 나서자 박 회장 일가는 다시 12차례 부자가 번갈아가며 주식 51만5000주를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금호석화 주식이 떨어지며 차입금 상환 압박을 받자 박 회장 부자는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최근 다시 주식을 사들였다. 현재 최대주주는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부장이 11.96%로 가장 많다. 이어 박 회장의 장남(8.59%), 박 회장(7.68%),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5.30%), 박삼구 회장의 장남(4.26%) 순이다.

금호석화는 워크아웃 중인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을 계열사에서 분리해 달라고 공정위원회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금호석화가 금호그룹과의 계열 분리를 위해 지분을 확대하려고 비자금을 조성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