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투자회사인 S상선 K회장이 역외탈세 혐의로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을 계기로 선박투자가 뭐기에 그렇게 큰 돈을 벌었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국내에서 선박투자를 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국토해양부가 인가하는 선박투자회사와 자본시장에서 신탁회사를 통한 방식이 있다. 12일 국토부에 따르면 2004년 첫 인가 이후 지금까지 선박투자회사는 총 113개이며 투자된 선박펀드는 6조8426억원, 확보한 선박은 160척이다. 선박투자회사는 20∼30%의 펀드와 이를 담보로 대출받아 선박을 매입한 뒤 선사에 대여해 용선료를 받고, 수익을 배당하는 구조다.
국내 대형 선사들은 용선 비중이 높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진해운이 운용하는 195척 중 117척, 현대상선의 159척 중 112척, STX팬오션의 440여척 중 350여척이 용선이다. 수익도 좋은 편이다. 2007년 해운시황 호황기에는 연 11%의 수익배당률을 기록한 선박투자회사도 있었다.
이밖에 C해운 등 기존 국내 중소 선사들도 선박 임대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또 금융업계에 따르면 선박 브로커를 통해 직접 선박에 투자한 20억∼30억원대 자산가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대출을 통해 건조된 지 5∼10년 된 100억원대의 중소형 선박에 투자해 운임 수입 등으로 은행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를 갚고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K회장의 경우 외국에 페이퍼컴퍼니(명목상 회사)를 설립, 이 회사 소유 선박 160여척을 국내외 선사에 임대해 수익을 낸 뒤 홍콩 등 해외계좌에 넣어 관리해왔다. 특히 그는 연 1∼2%의 저금리에 엔화를 빌려 배를 산 뒤 선사들에 빌려주고 용선료는 달러로 받고, 세금을 내지 않는 편법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2006∼2008년 해운시황 호황기에는 국내 일반 선박투자회사나 투자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해운시황이 나빠지면서 현재 선박투자회사의 수익률은 연 5∼6%대 수준이다. 또한 선박 임대를 주로 하는 선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중견 해운사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사세를 키웠던 S상선도 최근 사업이 주춤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가 급락했다”면서 “운임이 떨어지니 선박 임대료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8년 한때 1만을 웃돌던 BDI지수는 지난 11일 1359까지 떨어졌다. 매년 10∼20개 이상이었던 선박투자회사 인가도 올 들어서는 지금까지 1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운시황 불황으로 인해 선박펀드 투자가 저점인 상황”이라며 “컨테이너선 시황은 회복되고 있는 반면 벌크선은 여전히 좋지 않아 선박펀드가 활성화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
배 임대 ‘황금시장’… 대형선사 운용 60∼80%가 용선
입력 2011-04-12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