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해상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경이 충돌했다. 센카쿠열도는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지역이다. 일본 해경은 중국인 선장을 구속하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하지만 사흘 만에 중국인 선장은 풀려났다.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rare earth minerals) 수출 중단이라는 카드를 빼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희토류 최대 수입국이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다. 희토류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특히 올 들어 폭등세다. 두 달 만에 일부 품목은 값이 116%나 뛰기도 했다. 세계 각국은 폐광까지 다시 개발하는 등 희토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희토류 공포’=12일 정부와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희토류 가격은 이달 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 첫째 주 세륨은 ㎏당 121.0달러에 거래가 됐다. 지난 1월 64.8달러에서 2개월 만에 86.7%가 올랐다. 란탄은 1월 61.3달러에서 이달 첫째 주 120.5달러로 96.6%, 이트륨은 74.6달러에서 142.5달러로 91.0%, 디스프로슘은 325.0달러에서 640.0달러로 96.9%가 상승했다. 특히 네오디뮴은 같은 기간 93.3달러에서 201.5달러로 116.0%나 뛰었다.
란탄, 세륨 등 17개 원소를 통칭하는 희토류는 첨단산업에 사용되는 필수 자원이다.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발광다이오드(LED), 반도체, 하이브리드자동차 전기 모터, 충전용 배터리, 휴대전화,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동식 엑스레이, 광섬유, 풍력발전 모터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중국은 지난해 13만t을 생산해 전 세계 생산량의 97%를 차지했다. 중국은 희토류 매장량도 5500만t에 이른다.
2005년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던 희토류 가격이 폭발한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1차 희토류 수출쿼터(올 상반기 수출쿼터)를 발표하면서 31개 기업에 1만4446t의 희토류 수출을 허가했다. 2009년에 결정한 지난해 상반기 쿼터(22개 기업, 1만6304t)와 비교해 11.4%가 감소한 수치다. 중국 국토자원부는 지난달 31일 올해 희토류 산화물 생산총량을 전년 대비 5% 증가한 9만3800t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다 지난 1일부터 자원세(자원을 생산하는 업체가 부담하는 세금)를 큰 폭으로 인상했다. 당초 t당 0.4∼30위안이던 자원세는 t당 30∼60위안으로 올랐다. 조만간 중국 국무원은 희토류 통합관리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폐광까지 다시 뒤져라=중국은 희토류 생산·유통을 통제해 경제적 이익은 물론 정치·외교적 이득까지 챙길 속셈이다. 자원을 기술과 맞바꾸겠다는 의도도 짙게 깔려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오종혁 연구원은 “희토류를 무기로 외국기업들에 중국에 합작회사를 세우거나 투자하라고 강제하고 있다”며 “첨단기술을 전수받아 중국 제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 광산의 생산 재개에 나섰다. 호주도 폐광 재개발에 착수했다. 일본은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희토류와 무상원조(ODA)를 맞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는 강원도 홍천·양양, 충북 충주·단양 등 11개 지역에서 정밀 탐사를 시작했다. 키르기스스탄과 베트남에서도 광산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글로벌 첨단산업의 ‘목줄’을 쥐고 흔들면서 연일 값이 뛰고 있다. 상당기간 가격 급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희토류 지존’ 中 때문에… 가격 두달 만에 116% 껑충
입력 2011-04-12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