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 학생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100% 영어수업이 개선될 전망이다.
12일 카이스트에 따르면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이 학교에서 윤리학과 분석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미국인 제프리 화이트(42) 초빙교수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이 게시됐다.
화이트 교수는 “국내파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이해 못하는 것을 너무 큰 실패로 생각하고 해외파에 비해 상대적인 상실감을 느끼면서 자신감을 더 잃어버리는 것 같다”며 “생애 처음 맞는 실패를 견디지 못하고 위축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학생들은 카이스트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이미 실력이 증명된 것”이라며 “영어수업은 아주 사소한 문제일 뿐이며 한 학기 받는 학점보다 삶이 더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국내파 학생들이 어려운 수학·과학 수업을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들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가중된다고 화이트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학창시절에는 아침 8시부터 오후 12시까지 학원을 전전해 왔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는 그런 시스템이 잡혀 있지 않고 모든 걸 혼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한국식 입시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잘못된 교육 구조나 사회적·세계적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삶이 가치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자아가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다”면서 “나도 그 같은 고통을 겪은 적이 있고 예부터 소크라테스 등 철학자들도 고민해온 문제다.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자”고 덧붙였다.
앞서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한상근 교수는 11일 인터넷을 통해 “앞으로 모든 강의를 우리말로 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영어 강의는 각 교수들의 선택에 맡기고 대신 졸업을 하려면 일정 학점 이상의 영어강의를 수강토록 하는 등 졸업요건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또 다른 교수는 “영어를 잘하면 분명 많은 득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의 대표 대학인 카이스트에서 자기나라 말이 아닌 영어로 100% 학문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국가의 수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영어강의를 들으면 영어실력을 빨리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은 더 클지도 모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며 “그런 환경에서 어떤 의미를 찾겠느냐”고 덧붙였다.
대전=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
[위기의 KAIST] 카이스트 미국인 교수 학생들에 이메일 “영어수업은 사소한 문제 자신감 잃지 말아라”
입력 2011-04-12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