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카이스트(KAIST) 서남표 총장의 개혁정책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의원들은 서 총장이 경쟁만을 강조한 제도를 도입해 학생을 자살로 내몰았다며 총장직 사퇴까지 요구했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영어로 교육하고 학점이 미달되면 징벌적 수업료를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학생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는데도 사후 대책은 거의 없었다”며 “그래서 서 총장의 가혹한 개혁이 아이들을 자살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징벌적 수업료와 전면 영어강의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서 총장이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용퇴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도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이 서 총장 재임 중 5명이나 떠났는데 자리를 지키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고 거들었다.
서 총장의 학사운영상 전횡과 소통부족이 자살사태를 키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은 “서 총장은 학교운영 방식을 비판한 학생을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고, 교수 대부분이 가입돼 있는 교수협의회와도 거의 소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 원만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책임론도 나왔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서남표식 개혁’에 많은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교과부는 두 손을 놓고 있었다”며 “카이스트 자살사태는 경쟁과 효율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철학이 빚어낸 사태”라고 꼬집었다.
서 총장은 “이유를 불문하고 최근 카이스트 학생 4명과 교수가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에 유족과 국민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울먹이기도 했다.
서 총장은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 징벌적 수업료 및 전면 영어강의제도와 관련, “전체적으로는 잘 됐는데 부분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며 “제도개선과 공동체문화 조성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총장은 학생과의 면담 과정에서 “미국 명문대 자살률은 (카이스트보다) 더 높다”고 발언한 데 대해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제가 잘못했다.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위기의 KAIST] “서남표式 개혁이 자살로 몰아… 책임지고 사퇴하라”
입력 2011-04-12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