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안현수 “달리고 싶다” 러시아 행

입력 2011-04-12 18:07
머물고 싶지만 차갑고 또 차가운 조국의 얼음판

2003∼2007년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5년 연속 종합우승.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의 주인공 안현수(26·사진·글로벌엠에프지)가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이달 말 러시아로 향한다.

황익한 전 성남시청 쇼트트랙 감독은 12일 “현수가 이달 16∼17일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마친 후 러시아 실업팀 소속으로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과 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쇼트트랙 황제’로 불리던 안현수가 러시아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 소속팀이던 성남시청이 빙상팀을 해체하면서 무적(無籍) 선수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성남시청은 지난해 12월 소속 15개 체육팀 중 세 종목을 제외한 12개팀을 해체했다. 소속팀 없이 황 전 감독과 함께 개인 훈련을 하던 안현수는 2월 동계체전과 3월 쇼트트랙 종합선수권대회에 ‘경기 일반’으로 출전했다. 이후 무적 선수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지인을 통해 작은 스폰서를 구했지만 소속팀 개념은 아니다.

안현수의 러시아행이 알려지면서 러시아 귀화에 대한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안현수측은 귀화설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황 전 감독은 “현수 본인도 한국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기서 계속 운동을 하고 싶어 한다”며 “귀화 문제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지만 러시아에서 지내는 동안 이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에 따르면 현지에서 1년 간 체류 후 체류국가 빙상연맹의 동의를 받아 국적을 얻거나 양국 빙상연맹이 합의할 경우 체류국 대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안현수는 이달 16일 시작되는 대표 선발전을 명예회복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쇼트트랙 파벌로 인한 ‘짬짜미’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타임레이스(통과속도를 겨루는 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선발되지 못했던 안현수는 오픈레이스(통과 순위를 겨루는 방식)로 치러지는 이번 선발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안현수는 소속팀이 없는 상황에서는 대표에 선발돼도 러시아행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