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박왕’으로 불린 S상선 K회장이 수천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 조사는 국세청이 K회장에게 4101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조세포탈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국세청이 해외 탈세 혐의로 부과한 추징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국세청은 K회장이 해외 10여곳의 조세피난처에 수십개의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설립하고, 280여척의 선박임대업 및 해운업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가운데 9000억원가량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K회장이 임대차계약서를 친인척 명의로 허위 작성해 국내 거주 장소를 은폐했고, 휴대용 저장장치(USB)나 구두지시를 통해 은밀하게 경영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법상 과세가 어려운 비거주자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K회장 측은 언론을 통해 “우리는 홍콩 세무당국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져간 자금이 없고 오히려 해외에서 돈을 벌어 한국 조선업체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등 한국을 도왔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며 국세청 발표를 반박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예단할 수 없다.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에 팩트를 확인해야 할 책임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세무조사 자료를 토대로 조세포탈 여부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야 한다. 또 K씨가 순순히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신병을 확보해서라도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해야 한다.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게 해서도 안 되지만 부도덕한 기업인에게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검찰에 고발했다고 손을 놓고 있지 말고, 탈세 입증을 위해 검찰과 긴밀히 공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역외탈세담당관실과 조사국 국제조사과를 비롯한 국세청 가용 인원을 총동원하고, 관련 국가들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해 ‘역외 탈세 추징금 1조원’이라는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바란다. 조세 정의 실현이 공정사회 정착을 앞당기는 길이다.
[사설] 막대한 역외 탈세혐의 전모 밝혀내라
입력 2011-04-12 17:54